"의사도 경악"…선고로 드러난 위탁모의 비정한 육아
"의사도 경악"…선고로 드러난 위탁모의 비정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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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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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동학대치사 위탁모 징역 17년 선고
생후 15개월이 스스로 몸돌려…"학대로 학습"
학대 발각 두려워 이상 증세 32시간 방치해
뜨거운 물 속에 밀어넣어 10개 부위에 화상
6개월 아이 코·입 막아 물에 넣어 촬영까지
재판부 "사망한 문양,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제12회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아기가 보육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동방영아일시보호소는 갓 태어난 30여 명의 아기를 돌보고 있으며 2~4개월이 지난 후에도 입양을 가지 못한 아기는 위탁가정에 보내져 입양이 될때까지 보살핌을 받는다. 2017.05.11.
제12회 입양의 날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동방영아일시보호소에서 아기가 보육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동방영아일시보호소는 갓 태어난 30여 명의 아기를 돌보고 있으며 2~4개월이 지난 후에도 입양을 가지 못한 아기는 위탁가정에 보내져 입양이 될때까지 보살핌을 받는다. 2017.05.11.

이윤희 기자 = "자신을 믿고 아이를 맡긴 부모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고, 학대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엽기적 행각을 보이기도 했으며, 고문에 더 가까운 학대행위와 방치 속에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지게 했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6일 오전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이비시터(위탁모) 김모(39)씨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인 징역 25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아동학대치사죄 양형 기준(징역 6년~10년)을 감안하면 상당한 중형이었다.

이날 재판부의 선고 과정을 통해 드러난 김씨의 학대 행각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재판부가 "가장 비극적"이라 표현한 사건의 피해자는 사망 당시 생후 15개월에 불과한 문모양이었다. 경제적 형편 탓에 주말에도 쉬지 못했던 문양의 부모는 지난해 7월 알게된 김씨에게 월 50만원에 주말 양육을 맡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초부터는 어린이집을 잠시 쉬면서 매일 김씨가 문양을 데리고 있게 됐다.

김씨는 문양이 장염을 앓아 자꾸 설사를 한다는 이유로 분유나 흰죽을 하루 한번만 먹였다. 이 기간 문양의 몸무게는 석달 전에 비해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은 더욱 심각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문양이 벽을 보고 눕게한 뒤 발로 엉덩이를 차는가하면 손으로 꿀밤을 때렸다. 짜증이나 화가 나는 날에는 머리 부분을 발등으로 때린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양이 장염으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자 거의 매일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문양은 자주 안아달라고 떼를 쓰고 항상 다른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였다. 하지만 피고인은 그런 문양을 싫어해 고개를 돌리라고 야단치기 일쑤였다. 만 15개월에 불과했던 문양이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몸을 돌렸다"며 "계속된 학대로 학습된 결과"라고 전했다.

문양의 건강은 이같은 반복적 학대로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10월21일 손가락이 뻗뻗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김씨는 병원에 바로 데려가기는커녕 자신의 학대가 발각될까봐 두려워 32시간 가까이 방치했다.

서울남부지법 입구
서울남부지법 입구

재판부는 "문양의 뇌는 교통사고에나 있을 법한 충격으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들은 하나같이 뇌가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문양은 2주 간의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다른 피해자도 있다.

김씨는 당시 생후 18개월이었던 김모군을 목욕 과정에서 뜨거운 물에 밀어넣어 얼굴과 배 등 10개 부위에 심각한 화상을 입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욕실 온수의 최고 온도는 54.5도에 달한다.

김군은 사고 후 비명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나 김씨는 거즈만 둘렀다. 김씨는 3일 후 김군의 피부가 벗겨지는 등 상처가 점점 심해지자 뒤늦게 병원에 데려갔다. 김군의 보호자에게는 단순 사고인 것처럼 말하며 자신의 잘못을 감췄다.

김씨는 생후 6개월에 불과한 장모양에게도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보육료를 받지 못하자 분노에 사로잡혔고, 이를 장양에게 배출했다. 생후 6개월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릴 때까지 코와 입을 막고 욕조에 장양의 얼굴을 담궜다. 고통스러워하는 장양을 보면서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저질렀다.

재판부는 "아동에 대한 학대 행위는 정서와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학대 대상이 성인인 경우보다 엄격한 처벌과 교화가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법정에서 계속하고 있어 스스로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문양이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을 잊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조심스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군은 흉터 없이 건강을 회복했고, 장양은 학대행위의 충격을 이겨내고 건강히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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