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자금 지원·정책금융기관 LP참여 확대"
"M&A 활성화 위해 협조 강화"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에 정책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운영 방향 및 효과성 제고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구조조정제도 점검 태스크포스(TF)' 킥오프(Kick-off)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 부위원장과 이진웅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해 기업구조조정제도 점검 TF 위원들이 참여했다.
TF는 ▲워크아웃 제도에 재산보전처분 도입▲회생절차시 신규자금지원(DIP 금융) 활성화 ▲사전계획안(P-Plan) 제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제도 등 양 제도 간 연계 활성화 방안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 발전전략 ▲채권은행의 사전적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여신관리시스템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DIP 금융 기능이 강화된다. DIP는 회생절차기업의 기존경영인을 유지하는 제도로 통상 회생절차 기업에 대해 운전자금 등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말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DIP 금융 투입 성공사례를 마련하고 캠코의 토지·공장 S&LB(기업의 자산을 매입한 후 기업에 재임대, 기업은 유동성을 높이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와 민간의 DIP 금융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 시범사업으로 3~4건, 2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법이 개정되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등과 DIP 기금을 마련해 300억~500억원 정도의 운전자금 등 DIP 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지원한 신규자금이 또다시 부실화 되는 것을 우려해 채권자들이 신규자금 지원을 기피한다"며 "캠코에서 소액으로나마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시범으로 하고 이 사례들이 성공하면 다른 자본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정책금융기관의 유한책임투자자(LP)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캠코가 회생법원 M&A 절차를 진행 중인 PEF 등과 접촉해 시범적으로 투자, 성공사례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가능할 것이란 구상이다. 즉 캠코가 LP의 앵커(Anchor·핵심) 투자자가로서 연기금 등의 투자를 견인하고 법원 및 경영정상화 PEF로부터 더 많은 협조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관은 "PEF의 투자 수익이 보이더라도 성공사례가 많지 않아서 LP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렵다"며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해 지원을 하고 성공사례가 확인되면 민간자본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진행 중 인수합병(M&A)가 활성화되도록 보증기관 및 채권은행과의 협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정책관은 "기업회생을 위한 M&A 추진 과정에서 채권자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증기관의 변제율을 기업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한 후 M&A에 적극 협조토록 유도하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중에는 일정기간 채권은행의 채권 매각을 보류토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워크아웃 제도에 재산보전처분을 도입하는 방안, P-Plan 제도와 ARS 제도 연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P-Plan은 워크아웃의 신규자금 지원과 회생절차의 광범위한 채무재조정 기능 등 주요 장점을 결합한 제도다. ARS는 회생절차 신청 후 개시 결정 사이에서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로 자율구조조정이 성사되면 회생절차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논란이 돼 온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상시화 여부와 관련, 당분간 TF에서 뚜렷한 결론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기촉법을 5년간 한시적으로 부활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제20대 국회 임기 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또는 기촉법 상시화 방안 등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종합적인 운영방향에 관해 보고하라고 한 바 있다.
기촉법은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중소기업 공동관리절차를 완화하고 채권금융기관 및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경우 면책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폐지됐지만 경제계 등의 요구에 힘입어 일몰 시한이 5년 연장됐다.
이 정책관은 "현 단계에서 기촉법 상시화 또는 통합도산법 일원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얼마나 빨리 적은 비용으로 다시 살려낼 수 있는지가 기업구조조정의 핵심 가치로 이러한 목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절차·수단의 마련에 집중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용범 부위원장도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기업들의 회생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생산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모범적 기업회생 사례를 만들고 이를 모델로 기업회생 인프라를 갖춰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올해 중 연구용역과 전문가 TF를 병행하고, 관계기관 등과 협의해 논의한 결과를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