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앞둔 가업상속공제 두고 '갑론을박'…"완화해야"vs."충분해"
개편앞둔 가업상속공제 두고 '갑론을박'…"완화해야"vs."충분해"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19.05.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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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공평 저해하는 특례…제한적으로 운영돼야"
"도입 후 공제한도 500배 늘어…대상 과도히 확대"
"여전히 기업 60% 제도 활용도 낮아…요건 엄격"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안과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기를 바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05.09.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안과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기를 바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05.09.

장서우 기자 =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개략적인 개편 방향성을 밝힌 지 한 달이 흐르며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선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각자 이견을 내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14일 오후 2시께 국회 도서관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공동 주최로 열린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호림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현 제도가 충분히 그 시행 목적을 시현하고 있어 더 이상의 조세 우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업상속공제제도란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공제해준다. 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상속개시일부터 10년 동안 업종·지분·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 관리 요건을 두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아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도입 목적이 기업이 가진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전수하는 것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음을 짚었다. 그는 공제 한도가 제도 도입 이후 지속해서 올라 최초 도입 연도(1억원) 대비 500배 인상된 점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미 중소기업의 창업·성장·기술 개발·자금 조달 등 단계에서 연간 3조~4조원가량의 직·간접적인 조세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조세 공평을 저해하는 특례제도로서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응능부담원칙(수직적 공평)과 자의금지원칙(합리성 결여) 위배 등을 이유로 상속특례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결한 것에 주목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헌재도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 조세 정의라고 설시한다"며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같은날 경제개혁연구소 역시 제도 도입 이후 공제 한도가 과도히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이총희 회계사와 최한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 시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내고 "일반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상속세의 기초 공제 한도는 2억원으로 변함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년이 되지 않는 기간 한도액이 500배 상승한 것은 지나치게 급격하다"며 "2011년부터는 중견기업도 공제를 받을 수 있어 대상이 과도히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제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적다는 재계 측 주장에도 정면 반박했다. 2017년 기준 공제 결정 인원은 총 91명으로 제도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08년 51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연구소는 2011년부터 사후 관리 요건에 '고용 유지' 부문이 추가되면서 제도 적용이 더욱더 까다로워졌지만 91명이 평균 24억원가량을 공제받는 등 제도 실효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2019.03.21.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2019.03.21.

연구소는 특히 이 제도가 상위 0.1% 이내 소수를 위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지난 5년간 피상속인 중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본 비율이 0.02%에 불과하다는 점에 근거해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상속 재산은 금융·부동산보다 더 불균등하게 분포돼 상위 0.01%의 가문이 한 사회의 부를 독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며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부의 세금 없는 대물림을 가능하게 한다"고 썼다.

연구소는 "이 제도는 조세의 형평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불평등 해소'를 임무로 설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업상속공제 완화 집권 초기 국민에게 한 약속과도 반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중소기업 업계에선 요건이 엄격해 공제 제도 활용이 어렵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장은 지난해 이뤄진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전체 회사의 59.6%가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사업을 승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사유로는 제도를 잘 몰라서(64.4%), 사전·사후 요건 이행이 어렵기 때문(21.5%) 등이 꼽혔다.

서 부장은 기업 운영에 직접 사용하는 사업용 재산에 대해서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라는 지적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나 최저임금, 4차산업혁명, 혁신 등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고용, 업종, 자산 유지 등 분야에서 10년 간 특정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점도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도 토론회에서 "사후관리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무상 활용도가 낮으므로 그 요건을 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제 대상과 관련해 "대기업도 예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유 의원은 "사후관리요건이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500억원 이상 법인 및 사주 일가의 탈세가 2017년 기준 전체 탈세 금액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사후관리요건을 대폭 완화하되 공제 대상 기업의 요건을 매출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한도 역시 5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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