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만나기까지 준비 시간 불과 24시간도 안 된 듯"
"북미 정상, 판문각 앞까지 걷는 장면 외에는 시나리오 없었다"
"김여정, 의전 담당 위치보다 높아…의전 차원 文대통령 챙긴 것"
"의전 담당자 김창선, 연세 많아 현송월 단장으로 세대 교체될 듯"
"66년 전 휴전협정 테이블, 남북미 3자 판문점서 다시 볼 날 오길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1일 전날 이뤄진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과 관련해 "뒤쪽에 북한의 인공기하고 (미국의)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배치까지 미리 준비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바닥에 의장기가 다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은 사전에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지난해 이뤄진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연출한 바 있다.
그는 결정적으로 의장기 높이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탁 자문위원은 "아마 당일 새벽에 북에서 의장기를 부랴부랴 공수해 왔을 것"이라며 "그런데 (의장기) 높이가 안 맞았다. 자유의 집 건물이 상당히 낮은데, 의장기가 바닥에 끌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자유의 집 회담 장소의 높낮이를 파악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준비하느라 의장기 높이도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탁 자문위원의 설명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시작해 현장에서 만나기까지 불과 24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며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뒤엉켰던 의전, 경호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유일하게 사전 협의된 장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사이로 두고 이뤄진 만남이었다고 했다.
탁 자문위원은 "그 장면에서만 카메라들이 정 위치에 있었고, 경호원들도 정 위치에 배치했고, 투 샷이 나왔기 때문에 그 장면 하나는 협의를 했을 것"이라며 "어느 동선으로 회담장으로 들어갈지 등은 전혀 합의가 안 되어 있거나 현장에서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만남 연출 과정에 아쉬움도 표했다.
탁 자문위원은 "두 정상이 도보다리까지 가셨어야 했다"며 "도보다리에서 50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걸어 나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식수했던 나무에서 문 대통령과 (북미 정상이) 만나 나무에 물을 주는 상징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관련해선 "실은 의전을 담당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다"며 "북한이 판문점 회담 전후로 국제무대 외교 관계를 재가동하면서 김 부부장이 실질적 책임을 맡았고, 문 대통령을 의전 쪽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챙겼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이 밀착 의전을 선보이는 것과 관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오랫동안 의전 담당자로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연세도 많이 드셨다"며 "현 단장으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전담당자로서 겸직을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라며 "본인이 하던 (삼지연 관현악단장)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의전담당자로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탁 자문위원은 "66년 전 휴전협정 때 쓰던 테이블이 있다"며 "판문점에서 다시 정상들이 모이면 잘 짜여진 테이블을 꼭 국민이 볼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