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북한예술단 강릉 첫 공연
화려했던 북한예술단 강릉 첫 공연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18.02.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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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해 남북한은 하나라는 걸 증명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펼쳐진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은 음악을 통해 남북한은 하나라는 걸 증명한 자리였다.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를 위해 90분가량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는 남한의 유명한 대중음악을 비롯해 남북한에게 익숙한 곡들이 대거 포함됐다.

음악으로 동질감을 느낀 자리였던 셈이다. 평소 체제 선전에 앞장서는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모란봉악단 등이 포함돼 우려됐던 정치색을 씻었다.

북한 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을 한 건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6개월 만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등 북한예술단 5개 안팎이 연합해서 만들어진 약 140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새롭게 구성된 프로젝트성 악단임에도 안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는 평이 많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80명 가량이고, 나머지는 가수, 무용수 등이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전자음악 등을 연주하는 밴드 성격의 모란봉악단이 중앙에 배치됐다. 좌우로는 관현악단이 펼쳐 앉았고 맨 뒤에는 타악기들이 운집했다. 몰려 앉았다.

이날 메들리를 포함 40여곡을 들려줬다. 남한 대중음악, 클래식, 북한음악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해 그 중 중요곡을 꼽아 의미를 톺아봤다. 

◇남한 대중음악

 이날 40여곡 중에서 남한음악은 무려 10여곡이 포함됐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원곡 그대로 부른 것이 아닌, 관현악 등 북한식의 색깔을 더해 편곡이 됐다는 점이다. 일정 부분 공을 들인 셈이다. 

우선 주목 받은 건 이선희의 'J에게'다. '작은거인'으로 통하는 이선희가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임성균과 함께 한 혼성듀오 '4막5장'이라는 팀으로 출전해 부른 곡이다. 이선희가 2003년 북한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열린 '통일 음악회'에서도 들려준 곡으로 북한에게도 익숙하다. 이날 공연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은 관현악 편성을 더해 2중창으로 선보였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도 주목 받았다. 작곡가 김희갑의 대표곡 중 하나로, 최진희를 톱스타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특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진희는 2002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에서 이 곡을 부른 바 있디.

이날 삼지연관현악단은 북한에서도 인기를 누린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들려줬다. 심수봉의 또 다른 대표곡으로 이날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때 그 사람'은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곡이다.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에 삽입되기도 했다.

서유석의 독도를 소재로 한 '홀로 아리랑'도 들려줬다. 비교적 젊은 측의 가수 노래로는 왁스의 '여정'이 포함됐다. 왁스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손으로 추정되는 김한솔이 사용했던 유튜브 계정에 왁스 곡을 연결해 놓는 등 북한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가수로 알려졌다.   

이밖에 나훈아의 '사랑', 송대관의 '해뜰 날',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 등을 선보였다.

◇클래식 음악

클래식음악은 애초 러시아 음악에 쏠려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국가와 색깔의 음악을 들려줬다. 올림픽을 기념하는 공연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터키 행진곡, 카르멘 서곡 등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평소 북한에서도 연주하는 레퍼토리로, 본연의 연주 스타일을 그래도 선보였다.

특히 눈길을 끈 건 팝페라 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을 '가극극장의 유령'으로 표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노래

오프닝곡은 남한에서도 잘 알려진 리경숙의 '반갑습니다'였다. 1945년 분단 이후 55년 만인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당시 북한 노래가 남한 사람들의 자주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당시 '반갑습니다'와 함께 전혜영의 '휘파람' 등 북한 노래가 남한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두 곡은 당시 남한 사람들의 휴대폰 벨소리로도 자주 애용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8명의 여자 가수가 무대를 열며 신나게 불렀고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어깨를 덩실거렸다.

이와 함께 이날 겨울 풍경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희눈아 내려라', 평화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 북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여자 가수 5명이 핫팬츠 차림으로 K팝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춤과 함께 경쾌하게 노래를 들려준 '달려가자 미래로'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다만 공연 시작 직전까지 북측과 신경전도 있었다. 북측이 준비한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요풍의 '모란봉' 중간 가사에는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고"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서는 "태양조선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남측에서 나왔다.

결국 '모란봉'은 이날 프로그램에서 빠졌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가사가 포함되지 않은 연주곡 형태로 선보였다. 이 조율을 위해 이날 공연이 10분 가량 늦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날레는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남북한의 재회를 바라는 '다시 만납시다'로 마무리됐다.
 
◇총평

이날 공개된 무대는 화려한 편이었다. 뒤편은 대형스크린이 벽을 꽉 채웠고, 스크린에서는 공연 내내 화려한 영상이 펼쳐졌다. 레이저 조명도 아낌없이 쐈다.

공개된 무대는 가로 14m, 세로 16m 규모였는데 무대 앞쪽의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넓게 사용해 객석과 무대가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많았다. 강릉아트센터는 사임당홀의 무대 앞좌석인 70석을 비우고 무대공간을 넓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총 998석인 사임당홀은 방송장비를 배치한 객석을 제외하고 약 900석으로 줄어들었다.

전문가와 이날 공연을 본 관계자들은 이날 공연에서 달라진 북한의 문화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으로 현재 남한에서 예술단으로 활동하는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용 중심의 공연이 많았는데, 최근 공연은 기악과 성악 위주가 됐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을 본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아무래도 같은 민족인데 그들은 어떻게 그들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북한은 음악정치라는 것에 일관된 논리가 있다. 그것을 남측에서는 동질성 회복이라는 걸 더 강조해서 레퍼토리라든가 공연 방식이라든가, 또 다른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를 하고 우리 것을 북한식으로 표현하는 데 대한 응원과 기대를 가져주는 것이 문화교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날 공연은 총 800여명이 관람했다. 문화계, 체육계,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 정부 초청 인사가 250명이고 나머지는 추첨으로 선발됐다. 객석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등이 앉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도 객석 중앙에 자리했다.

이번 공연은 개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화제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를 통해 응모를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총 780명(1인당 2매, 관람 인원 1560명)을 선정했는데 응모에 15만6232명이 몰렸다. 이에 따라 중고 티켓거래 사이트에서는 수백만원에 해당 표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합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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