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허가제는 극약처방…갭투자 막겠지만 부작용 커"
"주택거래허가제는 극약처방…갭투자 막겠지만 부작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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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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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 가능성
재산권침해·양극화 등 사회적 논란 불가피
전문가들 "총선 앞둔 '엄포'성 발언" 해석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매물 부족 현상과 추가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19.12.15.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매물 부족 현상과 추가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19.12.15.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강조한 직후 대통령의 '복심'인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인데, 정부가 사실상 모든 투기적인 수요를 차단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반(反) 시장적인 규제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의 재산권이나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다.

16일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만약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면 투기적 거래가 거의 중단되면서 주택시장이 실거주 수요로 완전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거래허가제는 지금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나 고가주택 대출 규제보다 훨씬 고강도 규제책"이라면서 "주택 매매 허가제를 도입하면 일정기간 거주 의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갭투자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허가제는 개인 간의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규제"라며 투기 수요를 강력하게 옥죄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작용이 큰 '극약처방'이라는 우려가 크다.

권 교수는 "정부 규제 적용을 앞두고 가격이 급등하고, 이후에는 거래가 끊기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도 "허가제는 주택 규제책 가운데 가장 고강도 규제"라면서 "거래를 동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현 수준의 행정력만 가지고는 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거래허가에 따른 각종 행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현실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위헌 논란도 문제다.

현재 시장에서는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해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 입장이 우세하다.

정부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주택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논의가 더 필요한 문제다. '토지공개념'을 적용하더라도 공공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나 자자체가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 ▲급격한 상승은 없더라도 장차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 등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근거다.
 
자칫 정부가 사적 재산권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도 2003년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다가 결국은 보류하고 주택거래신고제로 선회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는 도로 등 인프라 개발이나 신도시 개발에 따른 택지지구 보상금액 급등을 막는 등 토지수용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라면서 "주택거래는 개인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공공성과는 무관한 데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엄포'성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실성보다는 시장의 파급력을 고려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실제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일제히 "추진 계획이 없다"며 진화하고 나선 상태다.

강기정 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허가제는 강한 국가 통제 방식인데, 시장경제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박선호 차관도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의지가 강력한 만큼 '최후의 보루'로 고려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주택거래허가제의 경우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일부 사회주의 독재 국가 등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시행되는 국가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참여정부가 애초에 제도 도입을 검토한 지난 2003년에도 주택투기가 극심한 일부지역에 국한해 정부가 고시,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허가제와 유사한 주택 선매 제도를 이용해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 투기 억제 등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사들였다가 되파는 방식이다.

박 위원은 "정부가 참여정부 때처럼 경고 메시지에 그칠지, 실제 도입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도입한다면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면서도 "규제를 하면 할수록 가격은 급등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어 제도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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