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갯속'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어디에
[기자수첩] '안갯속'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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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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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준 기자
이인준 기자

 "찐이다."

지난해 등장한 신조어 '찐'. 한자어 '진'(眞)을 된소리로 세게 발음해 '진짜'라는 뜻을 강조하는 데 쓰는 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진짜 찐'이라고 동어 반복 구성을 띨 때도 있다.

진위를 구분하기 참 쉽지 않은 세상이라서 그런 걸까.

최근 부동산 시장도 무엇이 '찐'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을 때가 많다.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가끔 나간다는 한 민간 전문가는 매번 곤욕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무리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준비해가도 강연의 끝은 "어느 지역이 유망하느냐"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모두가 부동산에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를 자처하는 많은 유튜버나 부동산 관련 책의 저자들이 '족집게' 강의로 청중의 복잡한 심경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유명 유튜버의 말 한 마디가 전국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제도권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의심 받을 정도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가 범람하면서 투기 심리를 조장할 뿐 아니라 정보의 진위 여부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만난 20대 직장인은 지난 연말 분양한 한 서울 분양 단지에 청약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당장 결혼 계획도 없고, 분양하는 지역에 별 연고도 없는 데도 그는 오랜 기간 청약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가 청약을 넣으려는 이유는 단 하나.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당첨만 되면 2억원을 번다"고 했다는 것이다.

당첨 확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로또'이기 때문이다. 대출상환 계획도 당장은 의미가 없다. 당첨과 동시에 수억원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대한 각종 해석이 난무하고, 때로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도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당연히 불법 행위도 난무한다. 일부 자칭 전문가가 분양회사나 건설사로부터 고액의 사례를 받고 물건을 추천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물건을 추천하는 사례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부동산 실거래 조사권한을 확보하고 상설조사팀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신설해 운영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족집게식 강연이나 허위정보 유포 등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스로 부동산 시장 전문가를 자처하는 만큼 이들 유튜버들의 책임도 함께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인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강제할 방안도 마땅찮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찐' 전문가가 돼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부동산 통계 논란이 일자 "우리가 제일 전문가"라고 과신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불신의 골이 깊다.

특히 정부에 유리한 통계는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불리한 통계가 나올 때는 침묵하는 '아전인수식' 전문성에 많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정부가 18차례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책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도 찾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민간에 횡행하는 주택 공급절벽론, 즉 '공포 마케팅'에서 찾고 있지만, 집값 불안에 대한 공포를 만든 것이 누구인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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