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햇살론 때문에 안돼요"…그림의 떡 '소상공인 대출'
"근로자 햇살론 때문에 안돼요"…그림의 떡 '소상공인 대출'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3.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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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의 상설시장인 아리랑시장이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1.
경남 밀양시의 상설시장인 아리랑시장이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1.

#휴대폰 중계기 설치 관련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거리가 거의 끊겨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정책자금 지원을 문의했지만, 이조차도 거절당했다. 예전에 받았던 근로자 '햇살론'이 문제가 된 것이다. A씨는 남아있는 이 햇살론 채무를 서둘러 정리하고 다시 지역 신보를 방문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3개월 이후에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같은 시국에 3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지, 또 3개월 후 신청을 한다 해도 지원이 당장 가능한지 조차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특별자금 대출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확대하는 등 대규모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지원이 절실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인 근로자 햇살론을 받은 대출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근로자 햇살론을 신청해 이용 중이라면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로나19 관련 정책금융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 신보재단 관계자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신보중앙회)에서 이미 보증을 받은 개인 햇살론 대출자들은 지역신보에서 추가로 보증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다만 햇살론 대출금을 모두 상환할 경우 통상 바로 진행이 가능한데 지금은 신청건수가 워낙 급증하다보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신보중앙회는 16개 지역신보의 재보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신보중앙회와 지역신보가 맺은 재보증 계약 조건에 근로자 햇살론 대출자들에 대해 추가 보증을 제한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과거 신보중앙회에서 지원했던 개인신용 보증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추가적으로 사업자 보증을 이용할 수 없다"며 "이는 근로자 신분으로 지원을 받은 이들이 근로자 외 신분으로 중복지원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이 근로자 햇살론을 모두 상환하고 나면 바로 다시 보증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 햇살론은 저신용, 저소득층을 위해 한시적으로, 예외적으로 운영했던 상품으로 지금은 신보중앙회가 아닌,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또 사실상 중앙회에서 나간 근로자 햇살론을 받은 이들도 그리 많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높은 심사기준으로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이석민 대원자동차공업사 대표는 지난 12일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월매출이 4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임대료 등을 다 내고나면 적자"라며 "신용보증재단에 갔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두 번씩이나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카드 연체 한 번만 있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데 그 등급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현재 정부가 이야기하는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거의 부풀려져 있을 뿐 실제 소상공인에게는 와닿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B씨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게에 손님이 거의 없어 카드 값과 공과금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긴급자금을 신청해도 답이 안나와 일단 급한 불을 끄려 캐피탈을 이용했는데 이 조차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11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지적됐다. 일부 의원들은 "C등급 이하는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사실 코로나 때문에 그 이상 받기가 어려운 상황"라며 "신용등급이 유지가 된다는 것은 코로나 피해가 적다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제2금융권을 이용한 실적이나 이런 부분들은 한시적으로 신용평가대상에서 제외해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신용등급 미달로 지역 신보의 보증서 발급이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해 대출을 거절하지 않고 담보 등을 보강해 심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소상공인들이 보증부 대출 외 은행자체 특별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의 여신심사 기준을 '모범사례'로 제시하며, 금융권이 완화된 여신심사를 적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용등급을 '3단계' 상향조정한 수준으로 금리·한도 등을 결정하고, 원칙적으로 지점장 전결로 지원해 심사기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여신심사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B등급 수준이 적절하다고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의 절실한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C등급 이하는 사실상 부실 징후를 보이는 요주의 기업들에 해당되는데, 긴급대출이라 해서 무작정 대출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위탁보증을 운영하는 지역신보를 12개에서 16개 전 재단으로 확대하고, 심사기준 완화·점검 서류 요건 완화 등 신속심사를 도입하는 등 정책자금 집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청자 폭증으로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최대 두 달가량 소요되는 '병목현상'이 이달 말께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정책자금 신청 건수 및 금액은 각각 13만2000건, 6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집행실적은 1만5000여건, 6500억여원으로 10.5%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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