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긴급대출 받으러 새벽 5시 나왔는데 번호표 150번"[르포]"
대구 긴급대출 받으러 새벽 5시 나왔는데 번호표 150번"[르포]"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3.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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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센터 마다 '코로나 감염' 무릎쓰고 인파 몰려
"월세가 20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도 안된다"
"매출 절반 이하인데 나가는 돈 그대로...현금 절실해"
소상공인들이 25일 오전 대구 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발급 및 상담 등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03.25.
소상공인들이 25일 오전 대구 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발급 및 상담 등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03.25.
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 경영애로자금 대출을 신청하려는 자영업자들이 25일 오후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 인근에 줄을 서 있다. 2020.03.25.
소상공인들이 25일 오전 대구 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발급 및 상담 등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03.25.
소상공인들이 25일 오전 대구 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발급 및 상담 등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03.25.

3월 장사는 완전히 공쳤죠. 다음 달까지도 힘들 것 같고요. 없는 사람에겐 은행 문턱도 무척 높더군요."

25일 오전 대구시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대구남부센터 앞에서 만난 배동완(58)씨는 "운영 중인 가구점 월세가 20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이 안 된다. 사람 많은 곳이 위험하단 걸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나왔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긴급 경영애로자금 대출 시범 운영이 시작된 이 날 대구 지역 소진공 센터 곳곳에 인파가 몰렸다.
 
대구남부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접수대기 번호표를 받으려는 자영업자들로 200m에 달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번호표를 기다리던 입시학원장 최모(26·여)씨는 "지난달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학원을 계속 쉬고 있다"면서 "나갈 돈은 그대로인데 한 달 영업을 멈춰버리니 막막해 대출이라도 받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남모(45)씨는 "매출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 3명의 월급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뉴스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 소식이 많이 들리던데 내겐 해당 사항이 없더라"고 했다.

또 "자영업자들의 현금은 씨가 마른 상태다. 몇 달씩 기다릴 여유가 없어 대출이 꼭 필요하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800번까지 배부하는 번호표는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 500번이 넘었다.

줄을 선 채 센터 직원에게 대출 관련 안내문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왜 이리 챙길 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대출 제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동구에서 손톱 관리점(네일숍) 운영 중인 김모(30·여)씨는 "동네에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와 장사를 아예 할 수가 없는 상태다. 봄이 왔지만 외모를 치장할 분위기도 아니지 않냐"며 "대출 조건에도 제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줄을 서도 신청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구에 있는 소진공 대구북부센터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 경영애로자금 대출을 신청하려는 자영업자들이 25일 오후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 인근에 줄을 서 있다. 2020.03.25.
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 경영애로자금 대출을 신청하려는 자영업자들이 25일 오후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 인근에 줄을 서 있다. 2020.03.25.

센터 입구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은 응대 직원에게 대출과 관련해 끝없이 질문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이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전산망 유지보수 등을 하는 정보통신 업체 대표 김병철(57)씨는 "오전 11시 전에 왔는데 이미 번호표가 다 나갔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려 한다"며 "공적 마스크 판매 초기처럼 이렇게 줄을 서야만 한다는 게 답답하다. 우리가 동냥하러 온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북구에서 아내와 함께 식당을 경영하는 한 50대 업주는 "오전 5시에 나와 140번 번호표를 받았다"며 "최대 1500만원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출금 연체와 세금 미납이 없는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은 소진공에서 최대 1000만원(특별재난지역 1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단 신용불량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대출금은 신청일을 기준으로 5일 안에 지급된다. 금리는 1.5%다.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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