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20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도 안된다"
"매출 절반 이하인데 나가는 돈 그대로...현금 절실해"
3월 장사는 완전히 공쳤죠. 다음 달까지도 힘들 것 같고요. 없는 사람에겐 은행 문턱도 무척 높더군요."
25일 오전 대구시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대구남부센터 앞에서 만난 배동완(58)씨는 "운영 중인 가구점 월세가 20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이 안 된다. 사람 많은 곳이 위험하단 걸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나왔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긴급 경영애로자금 대출 시범 운영이 시작된 이 날 대구 지역 소진공 센터 곳곳에 인파가 몰렸다.
대구남부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접수대기 번호표를 받으려는 자영업자들로 200m에 달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번호표를 기다리던 입시학원장 최모(26·여)씨는 "지난달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학원을 계속 쉬고 있다"면서 "나갈 돈은 그대로인데 한 달 영업을 멈춰버리니 막막해 대출이라도 받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남모(45)씨는 "매출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 3명의 월급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뉴스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 소식이 많이 들리던데 내겐 해당 사항이 없더라"고 했다.
또 "자영업자들의 현금은 씨가 마른 상태다. 몇 달씩 기다릴 여유가 없어 대출이 꼭 필요하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800번까지 배부하는 번호표는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 500번이 넘었다.
줄을 선 채 센터 직원에게 대출 관련 안내문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왜 이리 챙길 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대출 제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동구에서 손톱 관리점(네일숍) 운영 중인 김모(30·여)씨는 "동네에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와 장사를 아예 할 수가 없는 상태다. 봄이 왔지만 외모를 치장할 분위기도 아니지 않냐"며 "대출 조건에도 제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줄을 서도 신청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구에 있는 소진공 대구북부센터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센터 입구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은 응대 직원에게 대출과 관련해 끝없이 질문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이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전산망 유지보수 등을 하는 정보통신 업체 대표 김병철(57)씨는 "오전 11시 전에 왔는데 이미 번호표가 다 나갔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려 한다"며 "공적 마스크 판매 초기처럼 이렇게 줄을 서야만 한다는 게 답답하다. 우리가 동냥하러 온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북구에서 아내와 함께 식당을 경영하는 한 50대 업주는 "오전 5시에 나와 140번 번호표를 받았다"며 "최대 1500만원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출금 연체와 세금 미납이 없는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은 소진공에서 최대 1000만원(특별재난지역 1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단 신용불량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대출금은 신청일을 기준으로 5일 안에 지급된다. 금리는 1.5%다.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