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서울 전셋값…월세·반전세 늘며 더 오른다
치솟는 서울 전셋값…월세·반전세 늘며 더 오른다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4.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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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보유세 증가·저금리…집주인 전세보다 월세·반전세 선호
코로나19로 집값 불확실성 증가…매매·청약 대기수요 전세로 몰려
수급 불균형으로 전세물량 급감…"당분간 전셋값 상승 이어질 듯"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03.23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03.23

"1000세대에 가까운 대단지인데 전세 물건이 달랑 2개예요. 계약금을 미리 걸어 놓지 않으면 전세 물건을 확보할 수가 없어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형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세를 구해 달라는 고객들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놓은 물건도 월세나 반전세(준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건이 귀해졌다"며 "전세는 1~2개 정도 매물만 남아있어 서둘러야 한다"며 다시 전화기를 붙잡았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서울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된 반면,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4억3908만원)부터 매달 상승해 지난달 4억6070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2억3347만원으로, 지난해 9월(2억2355만원)부터 지난달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오름세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전셋값은 평균 6억6797만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 통계도 비슷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달 4억5061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4억500만원을 돌파했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임대주택시장은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와 달리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집값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급증한 데다,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주택 대출금이나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집주인들은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바로 옆 단지인 청담자이(전용면적 82.95㎡) 전세 물건은 13억~14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올해 1월 같은 평형 전세매물이 12억60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1~2개월 사이에 최대 2억원 가량 상승했다.

월세나 반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1만2492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반전세(1506건)는 12%로 나타났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강남4구에서 반전세 비율은 총 임대차거래 3747건의 19%(703건)까지 확대됐다. 전월세 거래 건수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등 전월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계약 건이 등록되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 초저금리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니 기존 전세를 반전세로 돌려 임대 수익률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과 반전세·월세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집값 불확실성 가중으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잇단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전세 공급이 더 줄어든 반면,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집값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택 구입 대기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서울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초저금리에 보유세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같이 받는 반전세를 선호하면서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전세매물 부족으로 인한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으로 반전세나 월세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엿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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