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에게 전세금 받고 임대한 30대 전문직 남성
"저가 양수·전세 보증금 편법 증여 혐의 등 검증"
국세청, 돈 빌려 비싼 아파트 사들인 517명 조사
향후 원리금 자력 상환하는지 전 과정 따져본다
#.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A씨는 형으로부터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때 거래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했다. A씨는 이 아파트를 다시 모친에게 전세로 임대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데 온 가족을 동원한 셈이다. 국세청은 A씨가 아파트를 저가에 양수하고, 전세 보증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고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편법 증여 등 혐의가 있는 517명을 적발, 이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7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19년 하반기 고가 아파트 취득자·고액 전세 세입자 등의 자금 출처를 분석해 양도를 가장한 증여 등 편법 증여 혐의가 있거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자 등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시행된 서울 지역 관계 기관 1~3차 합동 조사에서 탈루 혐의가 나타난 279명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1~2차 통보 자료 1202건 중 미분석 자료와 3차 통보 자료 835건 중 증여세 신고 기한이 지난 자료를 분석해 279명을 추렸다.
이 279명에는 특수관계자 간 자금을 빌려 아파트를 매입했으나 변제 능력이 의심되는 경우, 특수관계자와 고가 아파트를 공동으로 매입하며 매수 대금을 지분보다 적게 부담한 경우 등 사례가 포함됐다.
국세청 자체 자료를 분석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고가 주택 취득자·고액 전세 세입자 146명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고가 아파트 취득자의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하면서 고액 거래와 특수관계자 간 거래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이중 신고된 소득 등 뚜렷한 자금 출처가 없거나, 특수관계자 간 시가보다 높거나 낮게 거래해 편법 증여 혐의가 명백한 116명을 가려냈다.
또 고액 전세 세입자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친인척과 전세 계약을 맺는 등 탈루 혐의가 큰 30명도 조사 대상자에 포함했다.
다주택 보유 연소자·호화 사치 생활자 60명과 고가 아파트 취득 법인·꼬마빌딩 투자자 등 32명도 조사 대상에 들었다. 국세청은 다주택을 보유한 연소자나 호화 사치 생활을 영위하는 고액 자산가가 부동산 거래 단계에서 세금을 정당하게 냈는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 등으로부터 편법적인 방법으로 증여를 받은 혐의가 있거나, 뚜렷한 소득원 없이 고가의 부동산을 구매해 증여가 의심되는 자산가가 적발됐다.
또 법인을 이용해 업무와 무관한 아파트를 구매하고 법인 자금을 유출해 사주 일가 부동산을 취득해 탈세 혐의가 있는 자, 개발 호재 지역 주변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허위·과장 광고해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기획 부동산업자, '법인 카드'를 이용해 개인 소비를 경비로 계상한 법인 등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특수관계자 간 차입금을 정밀하게 거래하고, 이들의 부채를 계속 사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국장은 "소액의 자금이나 자기 자금 없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전세로 입주한 경우 차입을 가장한 증여인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향후 원리금을 자력으로 상환하는지 전 과정에 관해서도 사후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소자의 차입금과 고액 전세 보증금 상환 내역에 관해서는 더 철저히 검증하고,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로 전환하는 등 엄정히 관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자금 출처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자산·부채 및 소득·소비 등 과세 정보를 통합 연계한 전산 시스템을 이미 활용하고 있고, 여기에 근저당권 자료와 주택확정일자 자료 등 다양한 과세 정보를 연계하는 등 작업이다. 편법 증여 감시망을 촘촘하게 구축해 검증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각오다.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