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화투 그림' 대법서 격론…"사기다" vs "창작이다"
'조영남 화투 그림' 대법서 격론…"사기다" vs "창작이다"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5.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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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영남 대작 사건' 공개변론 진행
조수 활용이 쟁점…"관행이다" vs "아니다"
검찰 "구매자에 조수가 그린 사실 말안해"
조영남 "화투라는 소재 독창성 보고 구매"
권순일(왼쪽 두번째) 대법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5.28
권순일(왼쪽 두번째) 대법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5.28

 "조영남과 같이 화가 중에 작품 90% 이상을 타인이 그려주는 작가들이 미술계 관행이고,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생각하는가?"(검찰 측)

"사진기가 보급된 이후 회화 본질은 '잘 그리는 것'에서 벗어났다. 현대 미술의 본질은 창작 의도, 콘셉트에 있다."(조영남 측)

28일 가수 조영남(75)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을 두고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가 진행한 공개변론에서 제3자의 능력을 빌려 그린 그림을 조씨의 창작물로 볼 수 있을지 등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공개변론에선 원심이 무죄 결론을 내리면서 제시한 근거 등이 쟁점이 됐다. ▲미술계에서 제3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허용되는지 ▲제3자를 사용한 미술 작품 제작 방식을 작품 구매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 미술계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인지 ▲피고인 조영남의 친작(親作) 여부가 구매자들의 작품 구매의 본질적인 동기로 볼 수 있는지 등이다.

검찰은 조씨의 조수로 알려진 송모씨가 그림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보면 '조수'가 아닌 '대작 작가'로 봐야 하고, 그 존재 자체를 숨기고 그림을 판매한 행위는 사기라고 강조했다. 조씨 측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창작적 요소를 제공한 것이 조씨이고, 조씨 작품을 바라보는 검찰 측 견해가 미술계의 일반적 견해와 다르다고 맞섰다.

먼저 검찰은 조씨가 조수가 없고 그림을 직접 그린다고 언급했던 과거 인터뷰 내용을 제시했다. 작품을 사들인 사람이 대작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지 않았을 거라는 진술도 내놓았다.

검찰은 "송씨 등이 모든 부분을 채색해 전달했고 완성된 그림에 조씨는 덧칠만 하고 판매했다"며 "고액을 주고 그림을 구입한 이유는 유명 연예인이 직접 그렸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들은 대작인 것을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고, 전시회에 방문한 사람도 직접 그린 것인지 궁금해한다"며 "매우 중요한 정보이고 구매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씨 측은 "회화에서 터치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증인신문 내용을 언급했다. 조씨의 지시에 충실했다는 송씨 측 진술과 조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칠하는 건 내가 하나 조수가 하나 똑같잖아'라며 작업 방식을 공개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씨 측은 "화투라는 소재의 참신함이 본질이다. 이런 창작적 요소가 조씨로부터 비롯돼 단독 저작물임에 틀림없다"며 "미술계에서는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현대미술에서 잘 그리는 것은 필요충분 요소가 아니라 일부를 구성하는, 빌려 쓸 수 있는 손기술에 불과하다. 친작 여부에 대해 고지 의무를 일방적으로 인정할 필요 없다"며 "피해자로 취급된 구매자들은 화투라는 소재 독창성을 구매요인으로 진술해 조씨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개변론이 열린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가수 조영남씨가 법정에 앉아 있다. 2020.05.28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 상고심 공개변론이 열린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가수 조영남씨가 법정에 앉아 있다. 2020.05.28

양측 참고인으로 나온 전문가들도 주요 쟁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은 "아이디어는 작가적 역량이 함께 해야 작품으로 인정된다"며 "작가의 작업실도 아닌 먼 곳에 있는 조수가 그린 작품에 조금 손을 본 척하고 서명하는 것은 작가적 양심이 결여된 수치스러운 사기 행위"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씨 측 참고인인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1917년께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작품으로) 내놓았다"며 "작가의 확실한 작품 개념과 철학이 있을 때 조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는 조씨가 직접 참석해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공개변론 말미에 진술 기회를 얻어 재판 과정의 소회를 밝히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조씨는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는 반드시 엄격한 형식과 규칙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그에 반해 미술은 놀랍게도 아무런 규칙이나 방식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은 인생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달라"며 "예로 부터 어르신들이 화투를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갖고 놀았나보다. 부디 결백을 가려달라"고 발언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이 사건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오제일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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