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주→9주' 내성만 키운 규제…집값 안정 '부지하세월'
'32주→9주' 내성만 키운 규제…집값 안정 '부지하세월'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6.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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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상승 전환에 수요자 불안감 확산
넘치는 유동성, 정부 대출규제 등 정책효과 상쇄
전문가들 "가격 통제 불능, 정책 목표 재검토 필요"
21일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자료에 따르면 4월 거래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대비 0.38%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지수는 실거래 가격만으로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나타낸 지표다. 원래 거래계약 신고가 모두 완료되는 시점(거래일로부터 60일) 이후 지수가 작성돼 2개월 이상 발표가 지체되지만 감정원은 적시성 보완을 위해 1개월 잠정지수를 생산 발표중이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권(종로·중·용산구)이 전달 대비 0.69% 하락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상승 했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1일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자료에 따르면 4월 거래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대비 0.38%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지수는 실거래 가격만으로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나타낸 지표다. 원래 거래계약 신고가 모두 완료되는 시점(거래일로부터 60일) 이후 지수가 작성돼 2개월 이상 발표가 지체되지만 감정원은 적시성 보완을 위해 1개월 잠정지수를 생산 발표중이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권(종로·중·용산구)이 전달 대비 0.69% 하락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상승 했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9주간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 전환하자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8년 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사상 최장 기간인 32주 연속(2018년 11월 둘째 주~6월 셋째 주) 하락했다. 그에 비해 12·16대책에 따른 9주간의 하락세는 약효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한 셈이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7% 떨어지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20여 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쏟아졌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규모의 유동자금은 부동산 시장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정책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부의 연 이은 규제가 시장에 내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님, 집값(부동산) 안정화 의지가 있으신 지요? 답변 요청 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청원 동의를 받고 있다.

게시자는 "작년 12월 안정화 대책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집값이 올해 5월, 지금 6월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집값 안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집값이 한참 오르고 나면 그제야 안정화 정책이라고 발표하고, 또 잠시 주춤거리다가 한참 오르고 나면 그제야 또 안정화 정책이라고 발표하고, 이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집값은 끝없이 오르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질병관리청 승격 관련 복지부 관료들의 이기적인 정책을 즉각 바로 잡으시듯이, 국토부장관 및 그 휘하 관료들의 집값정책 실패 또는 방기에도 엄중한 책임을 묻고 경종을 울려야 하지 않겠냐"며 "다시 한 번 묻는다. 대통령님, 집값을 안정화 시킬 의지가 있으신 지"라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은 지난 12일 오후 현재 4100여 명이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배경으로 유동성 과잉과 함께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그동안 대출규제,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시장 수요를 억누르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2018년 발표된 9·13 대책은 역대 정부 중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시장의 이상 과열 상황을 진정 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32주 연속 하락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안정세를 지속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발표해도 약발이 잘 듣지 않고 있다. 연이은 규제로 인한 내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이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시작으로, 초강력 대출규제를 연이어 쏟아 내기 시작했다.

▲관계기관 합동조사 등 시장안정보완대책(10·1)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및 조정대상지역 일부 해제(11·6)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대출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조정대상지역 확대(2·21) ▲자금출처계획서 제출확대(3·13) ▲법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5·11) 등 각종 규제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

특히 지난 2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출범한 실거래 상시 조사팀이 촘촘한 감시망을 마련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집값 담합과 온라인 허위 매물 게재 시 공인중개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를 시세에 맞게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도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과 각종 개발호재에 밀려 또다시 상승 기류에 올라탄 상태다.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가 나오자 정부는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목표가 서울 아파트값을 통제해 가격을 낮추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변동성을 줄이는 쪽으로 재설정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정부가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 임대가격 상한제, 6억·9억·15억원 구간별 대출규제 등 주택 가격을 타깃으로 잡고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두더지 잡기' 식으로 정책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정책의 효과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특히 "정부가 현재 9억원 이하 대출 강화, 임대소득 간주임대료 세율 확대, 규제 지역 확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유동성의 힘이 워낙 강해 집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와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주택가격을 정책 방향의 목표로 삼는 한 부동산 대책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에 대한 내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도 "현재 시중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아 정부의 통제 불능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집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으면 결국 집값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합리적인 수요 조절도 중요하지만 재건축 조합 등 '이기적인 개인'들을 통한 공급 확보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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