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강정호의 공식 사과…진정성 전하기엔 늦고 부족했다
뻔한 강정호의 공식 사과…진정성 전하기엔 늦고 부족했다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0.06.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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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이후 3년7개월만에 사과 기자회견
거듭 죄송하다며 미래 다짐 전했지만 성난 여론 되돌리기 힘들듯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2020.06.23.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2020.06.23.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3년 7개월 만에 공식 사과에 나선 강정호(33)의 사과 기자회견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서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4월말부터 KBO리그 복귀를 추진한 강정호는 지난달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가 결정되자 이달 5일 귀국했고,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뒤 기자회견에 나섰다.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는 내용의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죄송하다"는 말만 십 수 번 반복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도 했다. 공식 사과에서 늘 등장하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앞으로의 다짐도 전했다. 받아주는 구단이 나타날 경우 첫해 연봉을 전액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KBO리그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유소년 대상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음주운전 근절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강정호는 "사고 이후부터 금주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금주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등을 돌린 팬들이 사과 기자회견을 보고 진정성을 느꼈을지는 의문이다. 진정성을 전달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강정호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다. 2009년,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고도 구단에 이를 은폐했다. 2016년 12월에는 서울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의 아찔한 사고였다. 여기에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했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강정호는 "2009년, 2011년 음주운전에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지만 무지하게 구단에 걸리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2016년에는 심지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정말 나쁜 행동이고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2016년 12월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세간에 강정호의 음주운전 이력이 알려진 이후, 강정호가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강정호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직접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는 음주 뺑소니 직후 약 원고지 300자 분량의 형식적인 사과문만 발표했다.

KBO리그 복귀를 시도하기 전에 격식을 차린 사과가 선행돼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 제출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반성문과 에이전시를 통해 발표한 원고지 600자 분량의 사과문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사과했다.

KBO리그 복귀 길이 열린 뒤에야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연 강정호가 어떤 말을 하든 진심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던 중 눈을 만지고 있다. 2020.06.23.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 복귀를 추진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과 등과 관련 사과하던 중 눈을 만지고 있다. 2020.06.23.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뒤늦게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내놨다.

사건 직후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를 한 것에 대해 "무지했고, 어리석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KBO리그 복귀 시도 전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KBO의 징계 결정이 늦어지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다"고 답한 것은 변명이나 다름없다.

강정호가 KBO에 복귀 절차를 문의한 것은 4월말이었다. 그가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에 제출한 것은 5월20일, 상벌위원회가 열린 것은 5월25일이다.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4월말 귀국해 준비했다면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고도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상벌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소명하는 것도 가능했을 터다. 하지만 강정호는 모두 대리인을 통해 절차를 진행했다.

진정성이 전해지지 않았는데, 팬들의 거센 비난 여론과 반대에도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강행하는 것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말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는 주변을 배려하겠다"고 반성한 강정호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데 복귀하려는 것은 이기심이 아닌가'라는 말에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기적인 것 같다. 앞으로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고 노력했는데도 이기적으로 되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하다"면서 복귀 결심을 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팬들은 그가 변화했든 안했든 KBO리그 무대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강정호는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는데, 복귀를 추진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강정호는 사과 기자회견에서 유소년 대상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도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중범죄를 저지른 그는 어린 선수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상이다.

KBO리그에 복귀해 음주운전 근절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내놨지만, 세 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그가 KBO리그에서 버젓이 뛰는 것이 과연 '근절'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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