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교수, 발제자로 나서 이렇게 주장
"재벌이 벤처 투자할 때 차입금 못 쓰도록 해야"
"신기사 보유 불허해야…외자 안 쓰는 창투사만"
"총수 기업에 투자 못하게…공정위 직권 조사도"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은 일반 지주사가 지분 전체를 보유한 '100% 자회사' 형태로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 특혜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해 이렇게 밝혔다.
전 교수는 "작은 기업을 설립한 뒤 일감을 몰아줘 상장하고,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와 합병해 경영권 승계하는 전례를 너무 많이 봤다. 총수 일가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면 자기 돈 갖고 직접 회사를 설립해서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CVC는 일반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만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일반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은 불완전 자회사라면 외부 주주가 (지배구조에) 들어온다는 얘기니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떻게 자기 돈만으로 투자하느냐'는 반박이 나오는데, 미국 구글이 지주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구글 벤처스를 통해 100% 자기 자금만 가지고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며 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것) 규정을 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는 CVC 규제 완화 방향은 '금융사인 CVC를 일반 지주사 체제에 붙여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라면서 "재벌이 벤처기업을 지배할 때 외부 차입금을 끌어다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일반 지주사의 '신기술사업금융사'(신기사) 보유는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신기사는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 소관에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 금융사이기 때문이다. '창업투자사'(창투사)는 허용하되, 이 경우에도 외부 자금을 들여오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현행 지주사 체제에 많은 특혜가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것은 돈 없이 회사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허용했다는 의미"라면서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재벌은 이미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일반 지주사에 CVC 설립까지 허락해 달라는 것은 특혜를 더블(2배)로 달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총수 일가와의 (불공정한) 거래를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총수 지분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라면서 "이 밖에 편법 승계와 관련될 수 있는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공정위는 필요 시 직권으로 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