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법관 탄핵 가결됐지만…김명수로 꼬이는 정국
헌정사 첫 법관 탄핵 가결됐지만…김명수로 꼬이는 정국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1.02.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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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성근 탄핵소추 가결…이제 공은 헌재로
과거 두 차례 국회서 법관 탄핵 추진됐지만 불발돼
대법원장, 사표 반려 '녹취록' 공개되며 거짓말 논란
野, 김명수 사퇴 맹공…"정권 하수인" "법복 자격 없어"
與 "녹취록이 본질 못 가려" 방어선…사태 추이 촉각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헌정사상 첫 국회에 의한 법관 탄핵이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논의'를 언급하며 임 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놓고 여야 대치가 본격화되며 정국이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시켰다.

앞서 지난 2일 본회의에 보고된 소추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150명,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61명이 참여했다.

공동발의 참여자만으로도 이미 의결정족수인 과반을 넘긴 상태에서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찬성표를 던지면서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은 예상대로 무난히 가결됐다.

임 판사의 탄핵소추 사유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회부 사건 등에서의 판결 내용 사전 유출 혹은 수정 선고 지시 등이다.

임 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됨에 따라 공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에서 탄핵이 최종 인용될 경우 임 판사는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급여도 공무원연금법 제65조에 따라 절반으로 깎인다.

법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두차례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985년 고(故)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부결됐고, 2009년 신형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은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표결 반대로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으로 폐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소추안은 통과됐지만 여야간 대치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판사의 사표를 받고도 국회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려했다는 당시 대화 녹취록을 임 판사 측이 공개한 탓이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임 판사와의 면담에서 '탄핵 문제'를 언급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녹취록에서는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보수 야당은 일제히 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폈다. 이미 국민의힘 차원에서 대법원장 탄핵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권 하수인 노릇으로 무려 100명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를 받게 했고 임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를 탄핵으로 떠넘겼다. 선배로서 창피하지 않나"라며 "김명수 대법관 본인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판사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판사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며 "사법부가 스스로 권력의 노예가 되기로 자청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02.04.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02.04.

유승민 전 의원은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를 더럽힌 죄,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죄로 더 이상 법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 당장 사퇴하라"고 하는 등 야권 대선주자와 서울·부산시장 후보들도 공격 대열에 가세했다.

임 판사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거짓말쟁이 김명수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녹취록은 '지엽적 문제'라며 방어선을 쳤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김 대법원장 논란이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기류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임 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며 "징계조치 전에 사표를 내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 여러 차례 지적받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4.

이날 소추안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는 녹취록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이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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