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 신인배우들 "400대1 뚫었지만 신데렐라 아닙니다"
'검은사제들' 신인배우들 "400대1 뚫었지만 신데렐라 아닙니다"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1.04.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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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기대주, 박가은·김수진·장민제 인터뷰
동명영화 뮤지컬서 이영신 역 트리플캐스팅 호평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세 배우 장민제(왼쪽부터), 김수진, 박가은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세 배우 장민제(왼쪽부터), 김수진, 박가은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졸업을 하고 나서도 2년 정도 붕 뜬 시기가 있었어요. 그 때 뮤지컬 '검은 사제들' 오디션을 알게 됐죠. 학교에선 연극을 많이 해서 용기가 나지는 않았지만, 동명 영화의 박소담 배우님처럼 신인 입장에서 발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오디션 경험은 많은데, 뮤지컬 오디션은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하려고 노력했죠."(박가은)

동명 영화가 바탕인 뮤지컬 '검은 사제들'(오는 5월30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의 '이영신' 역에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예 박가은(27)·김수진(23)·장민제(23)가 트리플 캐스팅됐을 때, 모두들 '신데렐라'가 탄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가은과 장민제는 이번이 데뷔작이고, 김수진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앙상블 출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배우가 험난한 오디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까닭은 많지 않은 나이에도 각자 고생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덕분이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박가은은 "제 또래 연기하던 여성 친구들 중 3분의2는 (연기를) 그만뒀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야 할 시기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오디션에 붙은 저를 친구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서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장민제는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오디션 기회가 부쩍 줄어든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줄어든 오디션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저만의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제 매력이 무엇인지에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세 배우 장민제(왼쪽부터), 박가은, 김수진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세 배우 장민제(왼쪽부터), 박가은, 김수진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악령에 씌인 부마자 이영신 역은 악령에 빙의, 다양한 언어의 방언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구마예식에 결정적인 키를 쥔 핵심 인물이다. 영화 '기생충'의 박소담이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에서 신인으로서 이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박가은·김수진·장민제 역시 각자의 매력으로, 영화에 뒤지지 않는 이영신을 구현하고 있다.

박가은…청순하면서도 단단한

사실 대본상에 이영신 역의 분량이 많지 않다.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지만, 인물 전체에 대한 서사를 보여줄 수 없어 배우의 역량에 기대야 한다. 악령에 빙의되기 전 이영신은 한없이 순수하고 맑은 여고생이다. 음치에도 성가대를 지망할 정도로 티 없다.

박가은의 이영신은 청순하면서도 단단함을 보여준다. "김신부님의 꿈에 등장하는 밝은 이영신과 구마 장면에서 어두운 이영신의 차이를 많이 주려고 했어요. 특히 구마 장면에서 살짝 날카로운 제 눈의 이미지와 낮은 목소리 톤을 이용하려고 했죠."

연극을 좋아하던 아버지, 가수가 꿈이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박가은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예술계에 몸 담았다. KBS 어린이 합창단, 리틀 앤젤스 예술단을 거쳐 안양예고에 들어갔다.

한 때 가수가 꿈이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영웅'을 보고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동국대 연극학부에 들어가 꾸준히 학교 연극을 하고 오디션을 보면서 경험치를 쌓아왔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박가은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박가은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가 신인 발굴을 위해 지난해 초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알앤디 스튜디오(R&D STUDIO)의 단원으로도 뽑혔다. 김수진, 장민제도 이 스튜디오 동기다.

박가은은 "졸업을 한 뒤 홀로 오디션을 보고 경쟁하면서 외로웠고, 슬럼프가 찾아왔는데 동기들이 생기니 힘이 난다"면서 "여기선 질투나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서로를 응원하고 같이 축하해줄 수 있는 식구 같은 사람들이 생기니 든든하다"고 흡족해했다.

배역의 경중을 떠나 항상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꿈이다. 연극 '안녕, 여름'(오는 27일부터 6월2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도 캐스팅된 박가은은 "뮤지컬도 좋지만 연극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고 했다. "인간의 양면성을 파고드는 진지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김수진…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강렬한

뮤지컬 '검은 사제들' 전체 첫 공연 무대에 올랐던 김수진은 "커튼콜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어려운 시기에 관객들이 객석을 채워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했어요. 그런데 박수를 받는 것 자체가 아직은 어색하고,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 몰라서 부끄러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매회 공연이 설레고 재밌고 행복하다"며 이내 싱긋 웃었다.

지난 2019년 11월 공연한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그림자 앙상블' 막내였던 김수진은 일찌감치 무대 위에서 노래·춤·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청소년 극단에서 활동하는 등 학창시절부터 다앙한 공연에 참여했는데, 예쁜 캐릭터보다 이영신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에 끌렸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김수진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김수진이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이번 뮤지컬의 구마 의식 장면에도 과감하게 임했다. 김수진의 이영신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강렬하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표정들을 지으려고 했어요. 눈, 코, 입을 더 쓰려고도 했고요. '내가 마귀처럼 보여?'라고 엄마에게 물었는데, 무서워하시더라고요. 하하."
 
안양예고를 거쳐 동국대 연극학부에 들어간 김수진은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배들이 오디션에 붙고, 단편영화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도전한 선배들은 꿈에 다가가고 있더라고요."

김수진 역시 뮤지컬이랑 연극을 전체적으로 다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보통 슬픔을 갖고 있는 캐릭터에 끌리더라고요. 밝아 보여도 사연이 있는 캐릭터에 관심이 가고요. '맘마미아!' 소피, '렌트'의 '모린',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의 '진'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장민제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이영신 역을 맡은 장민제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4.01

장민제의 이영신은 가냘픈 듯 보이지만 당차다. 그녀는 "추상의 것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이만 그 난제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영화 '숨바꼭질'(2013)에서 주희 역을 맡은 문정희의 연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영신 역을 다듬었다는 장민제는 "영화에서 문정희 배우님들이 아이들을 회유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악마가 속삭이듯 소름끼치게 연기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을 비롯해 다른 영화, 드라마도 공부하며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신 역을 맡은 배우들은 극 중에서 최부제의 동생 선영이 역할도 연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퀵 체인지(공연 중 다음 장면을 위해 의상 등을 교체하는 작업)가 많다. "순간순간 변하고, 잠깐 동안 몰입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영신·선영을 연기할 때는 좀 더 맑은 톤을 내려고 했고, 마귀를 표현할 때는 제가 가진 허스키를 좀 더 활용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개그맨을 꿈 꾸던 아버지, 성악을 공부한 어머니 덕에 장민제도 어릴 때부터 예체능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사물놀이를 배우고, 상모를 돌리며, 무등을 탔다. 그러다 아이돌 가수를 꿈 꾸게 됐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도 있었다. 가수 아이유의 '스물셋' 뮤직비디오에는 그녀의 춤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연습생 생활을 하며 여러 트레이닝을 받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실용음악과를 가기 위해 입시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뮤지컬을 알게 됐고 이후 중앙대 연극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꾸준히 오디션을 보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다.

장민제는 한 뮤지컬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 맡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예컨대 '시카고'의 록시와 벨마,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와 엘파바를 모두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런 면에서 순수함부터 괴기함까지 다양한 표현을 아우르는 영신 역은 안성맞춤이다. 장민제는 아픔이 많은 이영신 캐릭터를 이렇게 위로했다. "희망이 없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영신아. 고생이 많고 애썼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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