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가량 이어져…대질조사 안 해
정영학 녹취 신빙성↓…재조사 속도
유동규 배임 중심으로 곧 기소 전망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4인방'을 한꺼번에 소환하며 막판 혐의 다지기에 나섰다. '정영학 녹취록' 외 뇌물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이 이들 간 진술을 맞추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뇌물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8시간가량 이어진 조사에서는 오는 22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유 전 본부장의 범죄사실을 보강하기 위한 사실확인 등이 이뤄졌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8억원 뇌물,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뇌물 혐의의 경우 수사 초기 정 회계사로부터 확보한 녹취록 등 사건관계인의 진술 외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등은 녹취록에 사실이 아닌 부풀린 주장이 담겨있고, 의도적으로 편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남 변호사의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투자사업팀장을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도 '700억 약정설' 등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유사한 내용이 담겼지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판단, 사건관계인 재조사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윗선' 수사 핵심인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 기재하려면 뇌물 혐의가 어느 정도 증명돼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도 김씨, 남 변호사 등에게 녹취록을 들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내용에 대해 추측상으로만 진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검찰이 '4인방'을 한꺼번에 부르며 대질조사가 이뤄질 것으로도 예상됐으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하고 일부 민간업체에 개발사업 이익이 몰리도록 해 준 것으로 의심되는 유 전 본부장을 배임 혐의 중심으로 일단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추가 조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들 4인방 조사에서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담겨있는 '50억 클럽' 중 실제 돈이 전달된 사람이 있는지, 녹취록에서 언급된 '그 분'은 누구인지, '700억 약정설'이 사실인지 등에 대한 진술이 이뤄졌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남 변호사는 전날 조사에 앞서 '그 분' 의혹과 관련 취재진에게 "처음부터 이 지사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50억 클럽'과 관련된 의혹에는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씨도 "잘 소명하겠다"고만 답했다.
[서울=뉴시스] 김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