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가 바로 전화위복,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이런 경우가 바로 전화위복,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19.03.0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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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2019.03.04. (ⓒ수키컴퍼니)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2019.03.04. (ⓒ수키컴퍼니)

이재훈 기자 = "제작자로서 부족한 면 때문에 계획하고 생각했던 방향성이 틀어졌어요. 그런데 오히려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전화위복이 됐어요. 창작진, 스태프, 주연 배우, 조연, 앙상블이 부족한 점을 다 채워줬지요."

제작비 부족 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대본·작사 지인우, 연출 노우성)가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투자 사기를 당한 뒤 본 무대 위에 '런웨이 형태' 무대와 객석을 세운 ‘미니멀 콘셉트’를 설정하고,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오케스트라 대신 반주 음원(MR)을 사용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생생한 감정이 느껴진다는 반응 속에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공연제작사 수키컴퍼니 변숙희 대표는 7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이 가까이에서 보고 무대 장치가 없다는 부분이 강점이라고 하세요.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단출한 영상을 비롯한 미니멀 콘셉트의 고육지계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다. "안 좋은 상항이 있어 공연을 못하는 상황까지 갔는데 배우와 스태프들이 아깝다며, 어떻게든 올리고 싶다고 해서 올렸어요. 어렵게 올라가고 있고, 어렵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 대표는 '런웨이 무대'가 제작비 부족으로만 짜낸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했다. 런웨이 무대 양쪽에는 객석을 배치했다. 대극장 프로시니엄, 즉 액자형 공연장에서 객석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변 대표는 "대극장에서 이런 형식을 보기는 힘들지만 정말 많은 관객에게 극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소극장에서처럼 배우 바로 앞에 앉아 튀는 침에 맞거나 땀 흘리는 것을 보면서 아픈 역사를 같이 호흡하고 싶었죠"라고 설명했다.

극중 대치 역을 맡은 박민성은 "무대석에 앉은 관객이 재판정 장면에서 방청객으로, 3·1 운동이나 해방 당시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로 느껴지니까,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에너지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무대석인 '나비석'이 아닌 일반석에 앉은 관객들이 몇몇 장면에서 시야를 방해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수키컴퍼니는 대극장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티켓값을 대폭 낮춰, 미안함을 표했다. 최고가가 다른 대극장 뮤지컬 티켓값보다 5만~6만원가량 저렴한 7만원이다.

'여명의 눈동자'가 개막 전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3·1 운동 100주년인 올해 MBC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를 27년 만에 뮤지컬로 옮겼다는 점이다. 작가 김성종의 소설이 원작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원조로 통한다. 방송 당시 58.4%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2019.03.04. (ⓒ수키컴퍼니)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2019.03.04. (ⓒ수키컴퍼니)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혼란기를 거쳐 6·25동란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담아낸 36부작 대하드라마다. 뮤지컬은 인터미션 15분 포함, 2시간30분 안에 드라마를 압축했다. 사이판, 만주, 제주 등 여러 배경을 오가는데 그간 잘 다뤄지지 않지만 꼭 기억해야 할 역사는 특정했다. 1947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4·3 사건이 보기다.

변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직접적인 것보다 간접적으로 그리며 특정 관객에게 아픔을 다시 상기하지 않도록 고민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변 대표는 무엇보다 남북이 하나라는 메시지에도 집중했다. 3년 반 전 이 작품을 북한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녀는 "이념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우리는 하나라는 극중대사가 나오는데 남과 북이 따로가 아니라, 강처럼 하나라는 점이 큰 포커스"라고 강조했다.  

이미 성공을 거둔 드라마를 뮤지컬로 다시 만드는 드라마컬은 인지도를 안고 가는 이점은 있지만 위험성도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무대 어법에 맞게 잘 다듬어야 하는데다가 원작 배우의 아우라가 크기 때문이다.

채시라가 맡은 여옥, 최재성이 연기한 대치, 박상원이 담당한 하림 등을 뮤지컬에서 감당해야 하는 배우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여옥은 김지현과 문혜원, 대치는 박민성·김수용·김보현, 하림은 테이·이경수가 연기한다.

박민성은 "최재성 선배님을 따라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따라할 수도 없죠. 그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 중 한명으로 여기고 있어요. 누군가는 그렇게 살았을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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