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면전 치달아 시장 불확실성
장단기 국채 금리도 역전, 경기 전망 어두워
남빛나라 기자 =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목표치 2.0%에 좀처럼 도달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에도 일시적인 요인 탓이라며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미국은 지난해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쭉 금리를 묶어뒀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변수가 되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재무부는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6월부터 600억달러(약 71조 25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00억달러(약 237조 5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 한데 이어 300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같은 관세 전쟁의 여파로 이날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와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1월3일 이후 4개월여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올 들어 가장 많이 내렸다.
양국 정상이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막판 타결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커질 대로 커졌다.
블룸버그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미국 경제를 해치고 통화 정책을 바꿀 만큼 무역전쟁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반응이 장기간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한 로젠그렌 총재는 "경기 전망을 생각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같은 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타격이 경기 둔화를 유발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를 포함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의 매도세는 향후 금리 동결이 이어지리라는 연준의 핵심적인 기대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WSJ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할 만큼 무역갈등 고조가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와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또 역전돼 3개월물 수익률이 더 높았다. 이는 앞으로의 경기를 어둡게 보는 시장 투자자들의 시각을 반영한다.
통상 국채 장기물은 보유 기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보통 장기물의 가격이 단기물보다 낮다는 의미다. 그런데 향후 경기 전망이 비관적이면 장기물 수요가 늘면서 장기물의 가격이 뛰고 금리는 내려간다.
인플레이션 전망도 좋지 않다. WSJ은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4월 소비자 기대치 조사에서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2017년 후반 이후 최저로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0%를 달성하기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 해왔지만 2012년 목표치를 채택한 이후 한번도 이에 도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