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가 온다]내집 같은 스웨덴 요양원…"인간답게 삶 마무리하게 해줘"
[초고령사회가 온다]내집 같은 스웨덴 요양원…"인간답게 삶 마무리하게 해줘"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19.09.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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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렘 코뮨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 방문
가족과의 행복한 삶 추억할만한 소품 등 배치
채광 충분하고 각종 고급 가구도 곳곳에 마련
박대로 기자= 뉴시스는 지난달 27일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을 방문하고 있다. 새비헴멧 정문 모습. 채광을 위해 건물 전체에 창이 많이 달려있다. 2019.09.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의 1층 로비. 아기자기한 외양의 가구가 비치돼 있고 벽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큰 그림이 걸려 있다.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한 입주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 입주자 3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치매환자들이다. 2019.09.06.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입주자들이 산책하러 정문을 나서고 있다. 2019.09.06.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 왼쪽부터 레나트 칼데렌 살렘 코뮨 시장, 말린 필헤덴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이사벨 오베리 새비헴멧 건강 담당 책임자, 오사 베리스트룀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아니카 플라시도 살렘 코뮨 노인복지 담당부서장. 2019.09.06.
박대로 기자= 뉴시스는 지난달 27일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을 방문하고 있다. 새비헴멧 정문 모습. 채광을 위해 건물 전체에 창이 많이 달려있다. 2019.09.
박대로 기자= 뉴시스는 지난달 27일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을 방문하고 있다. 새비헴멧 정문 모습. 채광을 위해 건물 전체에 창이 많이 달려있다. 2019.09.

【스톡홀름=뉴시스】박대로 기자 = 201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정도로 고령자 인구가 많은 스웨덴에서는 노인돌봄서비스가 일찌감치 발달했다. 우리나라처럼 병원 형태의 요양원이 많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스웨덴은 1990년대부터 의료기관 의존을 줄이고 노후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노인돌봄서비스의 방향을 전환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구 96만5000명 중 약 15만명이 65세 이상이고, 이들 중 약 19%인 2만8000여명이 노인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 중 여성이 70%로 남성에 비해 많다. 2만8000명 중 1만5000명이 비교적 건강해 재가돌봄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6000명 정도는 심신이 약해져 요양원에 입주했다. 나머지 7000명은 주간보호 등 기타 서비스를 받고 있다.  

스톡홀름 내 요양보호사 등 노인돌봄 종사자는 1만1000명이고 이 가운데 6000명은 공공 부문, 5000명은 민간 부문에 고용돼 있다. 

뉴시스는 스웨덴 요양원의 실제 운영 현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전 9시30분께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을 방문했다. 

이 요양원에는 고령자 30여명이 입주해있고, 낮시간에는 요양보호사 2명과 심리학자 1명이 입주자들을 돌본다.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1명이 야근을 하는 형태다.

새비헴멧에 입주하려면 입주 신청 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재가돌봄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와 정신이 취약해진 경우에 한해 입주가 허가된다. 신청자 중 탈락하는 비율은 10% 미만이라 문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심사를 통과해 입주한 고령자는 1개월당 약 130만원씩을 이용료로 내야 한다. 이 금액은 자신의 연금으로 내면 된다. 연금액이 모자라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충당하면 된다.

수도 스톡홀름으로부터 30분 거리에 위치한 새비헴멧에 도착하자 한적한 분위기 속에 이따금 새소리가 들렸다. 건물들 사이로 작은 숲이 조성돼 쾌적한 느낌을 줬다.

새비헴멧은 옅은 황토색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이다. 건물 중간에 하늘이 보이는 정원이 있고 이 정원을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건물 외벽에 창문이 촘촘히 달려 햇빛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휠체어 전용 진입로를 통해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휠체어와 지팡이, 보행기 등을 휴대한 입주자들이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이들은 새비헴멧 요양보호사와 함께 산책에 나서는 중이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의 1층 로비. 아기자기한 외양의 가구가 비치돼 있고 벽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큰 그림이 걸려 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의 1층 로비. 아기자기한 외양의 가구가 비치돼 있고 벽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큰 그림이 걸려 있다.

입구를 통과해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입주자들을 위한 배경음악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건물 곳곳에 있는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와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1층은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채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탁자와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고 벽에는 화목한 가정을 그린 대형그림이 걸려있다. 로비와 2층 사이에는 천장이 없어 탁 트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로비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비롯해 전 연령대를 상징하는 일종의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입주자들이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1층에는 로비 외에 각종 활동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입주자들이 만들기 작업을 하는 방도 있다. 일부 입주자들은 이미 종이접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입주자들을 위한 방을 둘러볼 수 있었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단기거주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를 위한 방, 치매환자를 위한 방, 신경계 이상이 있는 입주자를 위한 방 등이 있었다.   

각각의 방 안은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로 꾸며져 있다. 입주자의 가족까지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소파 등이 있다.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한 입주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 입주자 3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치매환자들이다. 2019.09.06.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한 입주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 입주자 3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치매환자들이다. 2019.09.06.

복도는 옅은 상아색으로 칠해져 있다. 병원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흰색으로 칠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복도 곳곳에 있는 그림과 소품은 입주자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복도 중간에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는 한 입주자가 요양보호사와 함께 앉았다 일어서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입주자는 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눈인사를 나눴다.  

2층에는 입주자들이 모여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공간도 있고, 함께 모여서 식사와 요리를 하는 부엌도 있다. 특히 이날은 가재축제(크래프트 휘바)가 열릴 예정이고 다음주에는 수르스트뢰밍(발트 해의 청어를 발효시켜 만든 스웨덴 북부 요리)을 먹는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소개했다. 

새비헴멧 운영자인 말린 필헤덴(Malin Pilheden)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재밌게 지낼 수 있게 하고 삶의 질을 가능하면 높여준다"며 "시설에 들어온 분들의 평균 나이는 86.6세다. 장수를 하시는 분들이지만 여생이 많이 남지는 않은 분들이니 여생을 여기서 인간답게 살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입주자들이 산책하러 정문을 나서고 있다. 2019.09.06.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카운티 내 살렘 코뮨(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요양원 '새비헴멧(Säbyhemmet)'에서 입주자들이 산책하러 정문을 나서고 있다. 2019.09.06.

지금은 새비헴멧과 같은 요양원이 많이 생겨서 고령자들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지만 스웨덴 요양시설이 항상 편하고 쾌적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요양병원처럼 생활보다는 치료에 무게를 둔 시설이 스웨덴에도 많았다. 1980년대에는 휠체어가 출입하지 못할 정도로 방이 좁은 요양원이 많았다고 한다.

말린 필헤덴은 "과거에는 짜인 틀에서 요양시설 안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움직였다. 개인의 희망사항이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웨덴 요양원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이르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요양원 시설 개선에 앞장 선 것은 스웨덴의 40대였다. 

레나트 칼데렌(Lennart Kalderèn) 살렘 코뮨 시장은 "1980년대에 요양원 시설을 놓고 격한 논쟁이 있었다"며 "40대가 된 1940년대 출생자들이 자신들도 결국 시설에 의존해서 살아야하는데 대규모 병원 같은 형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40대들이 자기들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에 따라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새비헴멧과 같은 높은 수준의 요양원을 한국에 도입하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느냐고 묻자 운영자와 직원, 관계자들은 운영인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말린 필헤덴은 "요양원을 이끌어나갈 운영자, 직원을 교육시킬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정신적인 질환이 있는 입주자를 돕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 왼쪽부터 레나트 칼데렌 살렘 코뮨 시장, 말린 필헤덴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이사벨 오베리 새비헴멧 건강 담당 책임자, 오사 베리스트룀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아니카 플라시도 살렘 코뮨 노인복지 담당부서장. 2019.09.06.
지난달 27일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카운티 살렘 코뮨의 요양원 새비헴멧. 왼쪽부터 레나트 칼데렌 살렘 코뮨 시장, 말린 필헤덴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이사벨 오베리 새비헴멧 건강 담당 책임자, 오사 베리스트룀 새비헴멧 운영 책임자, 아니카 플라시도 살렘 코뮨 노인복지 담당부서장. 2019.09.06.

요양보호사인 이사벨 오베리(Isabelle Åberg)는 "스웨덴에서도 능력 있는 요양보호사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요양보호사로 왔다가 6개월 정도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 "사명감을 갖고 불편한 고령자를 돌볼 수 있는 좋은 요양보호사가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새비헴멧 직원인 오사 베리스트룀(Åsa Bergström)은 "정식 간호사 수준은 아니라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요양보호사가 돼야겠다고 느낄 수 있게 매력 있는 직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살렘 코뮨 노인복지 담당부서장인 아니카 플라시도(Annika Placido)는 입주자 선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청서를 보고 꼭 필요한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며 "살렘 코뮨 주민 중 11.3%가 80세 이상인데 정말 시설 거주가 필요한 사람이 입주할 수 있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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