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포병부대 증강, 접경지 군사훈련 재개
김동엽 "긴장완화와 우발충돌방지 날아가"
북한군이 17일 9·19 남북 군사합의 중 핵심 내용인 접경지역 군사행동 금지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철수를 어기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이번 정부 들어 최대 성과로 자랑해온 9·19 군사합의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북남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전개해 전선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감시초소 철수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2018년 9월 남북 군 당국간에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이다.
9·19 군사합의 2조 1항은 '쌍방은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연말까지 전체 200여개 감시초소 중 남북 각각 10개씩이 폭파됐다. 남북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북한이 이번에 11개를 되살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총참모부는 또 "서남해상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들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9·19 군사합의 1조 2항에 위배된다. 1조 2항은 '쌍방은 2018년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군사연습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간 북한은 지난해 11월 창린도 포사격과 지난달 감시초소 총격 등으로 9·19 군사합의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합의를 깨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측면에서 최대 업적으로 꼽았던 9·19 군사합의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그렇게 자랑하던 완충구역이니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를 통한 긴장완화와 우발충돌방지가 날아가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여기에다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라는 걱정거리가 추가됐다.
총참모부는 이날 "전 전선에서 대남삐라살포에 유리한 지역(구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삐라살포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혀 대남 전단을 뿌리겠다고 예고했다.
이로써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 걸쳐 살포되다 2018년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중단됐던 대남 전단 살포가 재개될 전망이다. 대남 전단 자체보다는 살포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물리적 충돌이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동엽 교수는 "대남삐라 자체는 별 볼 일 없다 해도 우리 군이 북방한계선(NLL)이나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접근해 삐라를 날리는 북한 민간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거 1980년대 동해상에서 북한의 의심선박을 격침한 적이 있었다. 북쪽에서 접근하던 선박이 우리 함정에 먼저 총을 발사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선박은 무장한 인원이 탄 북한 어선이었다"며 "결국 (이 문제로) 국제재판까지 가서 우리가 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참모부가 이 같은 내용이 실행될지 여부를 김정은 국무위원장 손에 넘긴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총참모부는 이날 "이와 같은 대적군사행동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해 빠른 시일 내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중앙군사위 최고 결정권자는 김 위원장이라 결국 이는 합의 파기 결행 여부가 김 위원장 손에 달렸다는 의미다. 합의 파기 권한을 쥔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살려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