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신청, "교사 동의 없이 이뤄졌다" 20.9%
"휴가 갈 때 직접 찾아와서 결재 받아라" 25.3% 등
서울 학교 교사 절반 가량이 재직하는 학교의 문화가 비민주적이라 생각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휴가를 쓸 때 반드시 찾아와서 결재를 받으라는 '갑질' 교장이 있다는 응답도 4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민주적 학교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오는 16일 사용자나 근로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근로자를 괴롭힌 사실이 적발되면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조사에 나섰다.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서울 유치원과 초·중·고교 826개교 중 교원 1675명이 참여했다.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총괄적으로 평가했을 때, 43.7%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35.7%보다 높았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냐를 묻는 세부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46.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는 33.8%에 그쳤다.
'연구·시범학교 신청'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0.9%로 나타났다. "경험이 없다"는 답변은 42.1%, 동의를 구한다는 답변은 37.0%였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신청 과정에서 교사들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민주적 절차가 존재함에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원의 인사 및 복무 관리 영역에서는 응답자의 54.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24.8%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인사위원회 운영의 합리성 지표에서 부정평가가 29.8%로 가장 높았는데, 사립학교의 경우 부정 평가가 52%로 절반 이상이 문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휴가를 갈 때 교장의 사전 대면결재를 요구하는 '갑질' 문제가 여전하다는 부정평가도 25.3%로 나왔다.
학교장의 리더쉽을 묻는 항목에서는 43.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37.5%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비전과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한 교장의 소통과 협력'(45.3%), '교직원에게 적절한 권한 배분 및 위임 여부'(42.5%), '교사 개인 상황 파악 및 교직원 간 신뢰 형성/갈등 조정 노력'(43.8%) 등 4개 지표 중 3개에서 부정평가가 높았다.
주관식 형태로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 실태를 물은 결과, 579명 응답자의 59.2%가 "관리자가 독단, 독선적으로 의견 수렴을 결정하고 집행한다"고 밝혔다.
징계협박, 언어폭력, 괴롭힘이나 편가르기로 갈등을 조장하는 등 적발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일을 겪었다는 응답자도 5.7%로 나타났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여전히 일부 관리자 사이에서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의견 수렴,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업무배정 등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에게는 사립학교 인사위원회, 단위 학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지도와 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설문은 전교조 서울지부가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2.36%포인트다.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