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돌려주고 '값싼 답례품’으로 바가지
대구시 "사적계약 官 나서기 어렵다" 팔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의 일환으로 대구시가 고위험시설 13종의 하나인 뷔페 운영을 금지하자 대부분의 예식장이 자신들의 손해를 혼주에게 씌우고 있다.
31일 대구시 달서구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혼주 A씨에 따르면 지난 6월, 아들의 결혼식(8월 29일)을 하기 위해 동구에 있는 한 예식장과 예식장 대관 및 뷔페권 200장을 예약했다.
하지만 수도권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제한 및 금지조치를 내렸고, 이에 따라 대구시도 예식장은 50명 이하만 참석(예외적으로 일부 증원 허용)하도록 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뷔페는 운영을 금지했다.
A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상당수 하객들이 결혼식장에 들어오지 못하는데다 식사까지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청첩을 취소하고 친지끼리 치르기로 결정한 다음 예식장 측에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예식장 측은 A씨에게 당초 계약한 뷔페권 200장의 20%를 줄이고 답례품을 주겠다며 160장의 비용을 요구했다. 식사도 제공하지 않은 채 답례품 제공을 조건으로 500여만원의 돈을 요구했다.
이 예식장의 1인당 뷔페 가격은 3만5000원선. 하지만 답례품은 개당 1만원~2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답례품을 대신하는 경우 예식장 측이 폭리를 취하는 구조다.
A씨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식사비를 받는 것은 부당하고, 특히 예식장 참석 허용 인원이 50명으로 제한됐는데도 160명의 식사비를 요구하는 것은 횡포라고 강력 반발했다.
예식장 측의 완강함에 지친 A씨가 “코로나19에 따른 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식사비 청구 인원을 100명으로 줄여주면 답례품을 받지도 않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예식장 측은 “그렇게 되면 대관료 1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예식장 측의 황당한 논리에 격분한 A씨가 “그러면 계약대로 식사를 제공하라”고 하자 예식장 측은 “정부와 지자체가 뷔페 운영을 금지해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 대구시에 항의하라”며 “그래도 계약된 뷔페 비용은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수백만원의 돈을 부당하게 뜯어내는 횡포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것이 놀랍다”며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횡포를 부리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을 삭였다.
예식장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결혼식을 망칠 수 없었던 A씨는 예식장 측의 요구대로 비용을 치렀다. 결국 결혼식 후 답례품 대부분은 A씨의 차량에 남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뷔페 운영금지는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공적 방역차원에서 시행했지만 사적 계약 내용까지 관에서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측의 합의나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예식장 관계자는 “예식장 뷔페 비용에는 음식값 말고도 대관료 등 부가적인 예식장 사용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뷔페 운영금지라는 지자체 행정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예식장 외에도 식사 제공 없는 뷔페 비용 부담과 관련해 대구시와 구·군에 예식장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사적 계약’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아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