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의료보험료가 약 10% 오를 전망이다. 구(舊) 실손보험이 15~17%, 표준화 실손보험이 10~12% 인상되며 신(新) 실손보험은 동결된다.
23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업계가 요구한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업계에 비공식으로 전달했다.
금융위는 '표준화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에 대해선 각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60% 수준을, 2009년 10월 이전까지 팔린 구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80%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 실손보험(일명 '착한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동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구실손보험은 16% 내외, 표준화 실손보험은 11% 내외로 보험료가 인상된다. 실손보험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인상률은 약 11%로, 이는 업계가 요구한 인상률의 절반 수준이다.
보험료 인상은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금융당국에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에 대해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당국 압박에 의해 9% 인상에 그쳤다. 올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보험사들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실손보험료 조정폭과 관련해 그동안 구두로만 전달했는데, 올해는 비공식 문서까지 보냈다"며 "공사보험정책협의체가 24일 개최된다. 이 협의체가 열리기도 전에 금융위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원래 보험료 책정은 회사의 고유권한인데, 말로만 자율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보험사들이 손해율, 각사의 상황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소비자들에게 충격이 덜 간다. 금융당국에서 매번 개입하다보니 실손보험 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보험사들은 악화한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20% 이상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전년 동기대비 2.6%p 증가한 131.7%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4%으로, 2016년(131.3%)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로,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