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공사 '알박기'[기자수첩]
광화문광장 공사 '알박기'[기자수첩]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1.05.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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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기자
               조현아 기자

땅에 알을 박아놓고 황금알로 변하길 기다린다는 '알박기'란 말이 있다. 개발이 예정된 땅 일부를 미리 사들여 버틸 때까지 버티다 사업자에게 비싼 값을 불러 매각하는 행위다. 알박기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시 얻는 대가가 커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공사 역시 알박기에 성공한 듯 하다. 지난해 1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서정협 전 시장 권한대행이 밀어붙였던 공사를 지난달 새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운데 멀쩡한 광장을 800억원이나 들여 그것도 시장이 없는데, 왜 강행하느냐'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비판 속에서도 미리 첫 삽을 뜬 결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 무리한 베팅이 끝내 먹힌 셈이다.

광화문광장 공사를 이어가기로 결단한 오 시장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게 됐다. '전임자 치적 지우기'에 몰두하지 않은 그의 선택에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조차 환영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지금까지 공사 비용으로 250억원 넘게 들어간 광화문광장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1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얻는 것 하나없이 400억원을 허공에 날릴 수 있는 판국이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반대하던 오 시장도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좀 더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은 오 시장이 과거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8월 조성된 곳이다. 오 시장은 당시 16차로의 세종대로를 10차로로 좁히고 도로 중간에 광장을 조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광화문광장은 내년쯤 새 모습으로 돌아온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회복하겠다는 서울시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도로 한 복판에 놓여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서울시의 행정적 절차에는 아쉬움이 크다. 광장을 왜 뜯어고쳐야 하는지, 다시 조성해야 한다면 동측 도로에 붙이는게 좋을지, 서측에 붙이는 게 나을지(서울시는 결국 세종문화회관 앞 서측 도로에 광장을 조성 중이다.)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어야 한다. 중요한 건 광장에 있을 시민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 일방적이고 편의적인 행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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