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 된다"…대법원, 사상 첫 판결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 된다"…대법원, 사상 첫 판결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18.11.01 14:3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선고
2004년 대법원 판단 이후 14년 만에 판례 변경
대법원 "병역의무 강제, 양심의 자유 과도 제한"
"양심적 병역거부 관용·포용해야…구체적 심사"
"국가안전보장, 병역 의무에 제한" 반대 의견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을 선고한다. 종교적 신념과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합이 14년만에 다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을 선고한다. 종교적 신념과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합이 14년만에 다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강진아 심동준 기자 = 대법원이 개인의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14년 만에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사상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수 의견에는 총 13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이 같은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 등을 근거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는 대법원이 병역법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라며 "국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의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그 양심이 과연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파기환송 결론은 같지만 별개의 의견도 제시됐다. 다수 의견 9명 중 이동원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는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며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며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종교·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병역법 위반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2018.11.01.
종교·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해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병역법 위반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2018.11.01.

또 이 같은 반대의견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 문제가 아닌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통해 해결할 국가정책의 문제라는 보충의견도 제시됐다.

 오씨는 지난 2013년 7월에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입영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도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은 종교적·정치적 사유 등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처벌된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병역법 시행령상 병역 면제가 되는 최소 실형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왔다. 하지만 국내외 사회환경 변화 등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등 대법원 판례와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향후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은 현재 227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택건설신문
  • (100-866) 서울 중구 퇴계로187(필동1가 국제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57-2114
  • 팩스 : 02-2269-5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향화
  • 제호 : 주택건설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4935
  • 등록일 : 2018-01-17
  • 발행일 : 1996-06-20
  • 회장 : 류종기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종수
  • 편집디자인 : 이주현
  • 주택건설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주택건설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c@newsh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