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 중인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으로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삼성의 바이오 성장사이클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신화에 이어 바이오 부문을 통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나가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언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식약처는 지난 13일 모더나코리아가 신청한 '스파이크박스주'에 대해 제조판매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스파이크박스주는 지난 5월21일 허가를 받은 모더나의 '모더나스파이크박스주'와 같은 백신으로 국내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모더나 mRNA 백신이 품목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지난 10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백신 초도물량 243만 도즈가 '긴급 사용승인'을 통해 국내 방역 현장에 출하됐지만 이번 품목허가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모더나 외에 미국 보스턴에 있는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도 코로나19 mRNA 백신 원료의약품(DS)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원료의약품(DS·Drug Substance)을 공급받아 완제품(DP·Drug Product)만 생산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무균충전, 라벨링, 패키징까지 mRNA 백신 생산과 관련된 엔드투엔드(end-to-end)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져 그만큼 시장에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앞서 지난 8월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강화 통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시작 10년 만에 시총 57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현재 3개의 CDMO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62만ℓ로 CDMO 분야의 압도적인 1위로 도약한다.
특히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생산기술 이전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해 안정적인 생산에 돌입한데다 이번에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삼성은 향후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해 CDMO 분야에서는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하고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새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세운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 목표와도 맞물려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경영행보를 시작하면서 모더나 백신 생산을 물밑에서 챙겨왔다.
이 과정에서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생산과 관련한 논의에 나서는 한편 지난달 미국 출장 때는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 및 향후 추가 협력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품목허가를 통해 바이오 부문을 삼성의 새로운 주력 성장분야로 키워나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서 보였던 '성장 사이클'이 바이오 사업에서도 시작된 것 같다"며 "식약처 품목허가는 '제2 반도체 신화'를 향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또 한 걸음을 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