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IT밸리에 발전소?…서부발전 기술공유센터 가보니[르포]
판교 IT밸리에 발전소?…서부발전 기술공유센터 가보니[르포]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02.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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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있어 발전소보다 접근성 높아
40만개 운전 빅데이터 실시간 취합
근로자 위치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공유
데이터 개방해 민간 주도 혁신 지원
한국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디지털 기술공유센터를 17일 방문했다. 최현호 디지털 기술공유센터 프로젝트리더가 발전소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02.17. 

민간을 중심으로 발전 연구·개발(R&D) 수요가 늘고 있지만, 발전 분야는 보안과 안전을 중시하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다. 공공이 확보한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하면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국서부발전은 이 같은 민간의 요구에 호응해 발전사 최초로 디지털 기술공유센터를 구축, 민간 기술 개발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개방에 나섰다. 공공이 보유한 데이터로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면 이렇게 개발한 신기술을 발전소에 적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부발전의 데이터 공유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 R&D 센터에 있는 디지털 기술공유센터를 방문했다.

기술공유센터는 서부발전이 스마트발전소를 목표로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인공지능센터와 함께 구축했다. 발전소는 보통 해안가나 주거·상업지역과 떨어진 곳에 있지만, 기술공유센터는 아니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정보통신(IT) 기업이 모여 있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다.

기술공유센터에 들어서면 대형 스크린과 다수의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를 통해 태안부터 평택, 서인천, 군산 등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사업소의 40만개의 운전 빅데이터가 실시간 그래프로 펼쳐진다.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의 운행 데이터를 열어봤다. 화면에선 숫자와 그래프가 초 단위로 움직였다. 기술공유센터가 개소하기 전 이런 데이터는 태안 발전소에 직접 가야만 볼 수 있었다.

제공 받은 샘플 데이터도 기술공유센터의 PC를 통해 바로 살펴볼 수 있다. 간단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파이선, 알(R)과 같은 기본적인 코딩 툴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술공유센터는 데이터 공유에 집중하는 만큼 보안에도 철저하게 신경 썼다. 모니터에 보이는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는 보안상 곧바로 민간에 전달할 수는 없다. 기업에서 필요한 자료를 설명하면 기술공유센터의 전문가들이 꼭 맞는 데이터를 추천하고, 내부 승인을 거쳐 민감 정보를 제거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보통 공공에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정보를 제공할 땐 무분별하고 방대한 빅데이터를 그대로 개방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에선 애로가 많았다. 서부발전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가 데이터를 직접 설명하고,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 데이터를 지원한다.

 한국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디지털 기술공유센터를 17일 방문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발전소 안전점검 교육을 받고 있다. 2023.02.17. charm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발전소 운영 기술 공유와 현장 교육을 위한 공간도 있었다. 기술 공유센터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단순히 데이터를 공유하는 걸 넘어 기술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예컨대 가상현실(VR)을 통해 실제 발전소 현장을 구현하고 안전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직접 안전 점검을 해봤다. 실제 발전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현장감이 높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교육을 위해 일부러 발전소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서부발전에 데이터를 공유받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곳은 30여곳이다. 두산, 삼성 SDS와 같은 대기업부터, 산·학·연이 다채롭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70여개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프로젝트별로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해왔지만, 앞으로는 표준 데이터 셋을 만들어 기업들이 손쉽게 원하는 데이터를 선별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클라우드를 만들어 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수요가 있는 곳 어디서든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창출된 신기술 등을 발전소 현장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최근 발전소들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발전설비 가동률 상향, 안전사고 예방, 미세먼지 저감, 연료비 절감 등을 고민하며 신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서부발전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안전'이다. 이날 기술공유센터에서 프로젝트 실증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러 온 유수진 넥스트코어테크놀로지 이사와 만났다. 넥스트코어테크놀로지는 서부발전과 가스복합발전소(IGCC) 고위험지역 위치기반 안전관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안전관리 플랫폼의 핵심 기술은 위험지역에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지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기술공유센터를 통해 발전소의 정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움직임과 위치 정보라는 비정형 데이터까지 공유가 가능해지며 기술 개발이 추진될 수 있었다. 그동안 민간에서 개발 수요가 있어도 실제 데이터를 받는 과정이 불편하여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1급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고, 인적이 드문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보안과 안전상의 문제로 내부에선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보유조차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유 이사는 "기술공유센터가 생기며 원하는 정보를 전문가들과 상의해 편하게 받아 볼 수 있어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술공유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유 이사 역시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에서 발전소까지 3시간씩 걸려 데이터를 받아 오곤 했다. 직접 발전소를 찾아가도 발전소 중앙제어실 같은 구역은 엄격한 보안으로 출입이 통제돼 내부 사정상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이런 기술은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발전소에는 꼭 필요한 신기술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개발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발전 데이터가 개방되며 민간의 수요도 확장되고 있다. 유 이사도 민간 화학 플랜트와 업무를 하다가 기술공유센터로 데이터가 개방되며 발전 분야로 개발 모델을 넓혔다.

유 이사는 "기술공유센터에서 운전 데이터와 발전 운영 정보를 공개하고 기술지원에 나서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발전소 관련 기술개발이 가능해져 새로운 시장의 판로개척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고품질의 발전데이터를 활용해 고장예측, 안전관리 등의 다양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고 향후 화학, 석유 등 플랜트 산업 전체에 확산된다면 국가 디지털 전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남=뉴시스]손차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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