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지연, 토지 보상 등 국내 투자도 변수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3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국내 반도체 공장 설립에 투자한다고 밝히며 글로벌 생산 전략에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평택캠퍼스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평택캠퍼스는 부지 면적 총 289만㎡에 달하는 대형 단지로, 총 6개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중 현재 3공장이 지난해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오는 9월 완공 예정이다. 또 외관 공사가 진행 중인 4공장의 경우 내년 10월께 공사가 끝난다. 미국 테일러시 공장의 경우 올 연말 완공 이후 내년 하반기에 가동 예정이다.
◆공장 부지 확보로 ‘쉘 퍼스트’ 전략 탄력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도 클린룸을 먼저 짓는 '쉘 퍼스트' 전략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인 만큼, 다음 투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중국은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 대상인 '수출통제명단(Entity List)' 확대 등 규제 강화로 기존 생산 거점에 추가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대규모 투자는 한국과 미국으로 쏠릴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이번에 발표한 용인 클러스터 신규 구축에 향후 20년간 300조원 투자가 예고됐다. 앞으로 기본계획 수립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국가산업단지지구로 지정하면 오는 2026년께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또 평택캠퍼스에도 5, 6공장 건설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 오스틴시 2곳, 테일러시 9곳 등 11개 공장 건립 계획이 지난해 공개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텍사스주 감사관실에 제출한 세제 혜택 신청서에 따르면 중장기 공장 설립에 필요한 총 투자액은 1921억달러(252조6000억원) 수준이다.
◆美 투자 리스크에…삼성 선택 주목
다만 모두 중장기 계획이고, 한번 투자를 결정하면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 여부는 글로벌 경기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결정된다.
미국 현지 투자의 경우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게 최대 변수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처음 계획했던 170억달러(21조원)보다 80억달러(10조5500억원) 늘어난 250억달러(33조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인플레이션 문제로 투자에 제약이 커진 것이다.
또 미국 현지 투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 논란이 일면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관련 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보조금과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인데, 보조금 규모가 390억 달러(50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막상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보조금 신청 기업에 대한 심사 기준을 발표하자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에도 초과 이익 공유나 기술 유출 우려 등 불리한 조건이 많아, 삼성전자는 보조금 신청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투자가 순조로울지 여부도 미지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4년 넘게 조성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인허가 지연과 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전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설비 투자는 시황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클린룸 확보, 미래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반도체 보조금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주주 질의에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세부 사항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