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위해선 적기에 적극재정 필요"
"세입추경 불가피…재정 역할 못할 수도"
연초 세수 부족이 현실화한 가운데, 나라살림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산 너머 산으로 수출 악화, 내수 둔화, 자산시장 침체 등 악재가 산적하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추가 재정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고집하는 것은 위기 타계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필요하지만 지금 경기부양의 때를 놓치지 않는 적극적 재정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7조 늘어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9.6%로 역대 가장 높다. 국민 한 사람당으로 계산하면 1인당 국가채무는 2076만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세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외 경제전문기관들은 연이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은 지난해 9월 전년 대비 감소 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내수가 둔화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곳간 걸어 잠그고 민간 투자에 의지한 채 건전재정 기조를 고집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표한다. 경기부양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정부의 적극적 재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재정 투입은 시차가 있어 상반기에 고려해야 하반기에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재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대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다 하향조정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가 굉장히 부족하다. 지금은 지출을 줄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전재정을 한다고 해도 세수는 탄탄히 들어와야 지출을 정리하면서 갈 수 있는데, 지난해부터 법인세·종부세 등 세제를 완화하면서 스스로 자해한 격이 됐다. 스스로 손발을 다 묶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세수가 20조~30조원 부족해질 거라고 경고하며, 세입추경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우 교수는 "세입 추경을 안 했던 지난해에도 정부는 '불용'을 냈다. 원래 지출해야 하는 돈을 지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이면 올해는 세수가 20조~30조원 부족해질 텐데, 불가피한 세입추경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비교를 할 때 국가채무 비율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60%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재정 건전성이 그리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늘고 저성장으로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다 보면 경기회복에 재정이 역할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줄여야겠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 효과가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라는 한 가지 원칙에만 사로잡히면 이후 경기에 악수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 추경을 하게 될 텐데, 그럴 바에는 좀 일찍 재정지출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반기에 재정을 당겨쓰면 하반기에 재정여력이 떨어진다. 상저하고로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면 괜찮겠지만 대외적 요건들로 반드시 좋아질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걸 고려할 때 좀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는 말처럼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