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등 103건 1곳서 당첨? 조작설 휘말린 현장 가보니
로또 2등 103건 1곳서 당첨? 조작설 휘말린 현장 가보니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04.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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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판매 정보 5개 서버에 분산 저장
당첨 전후·수시 비교 체계…'조작 불가능'
참관속 추첨기·추첨볼 검증…생방송 추첨
1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복권 판매점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2023.03.12.

"공은 순서와 관계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됩니다. 추첨을 시작합니다. 공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번호는 몇번일까요? 41번..."

'비너스(Venus)'라는 이름의 추첨 기계 속 45개 색색의 공들이 돌아갔다. 여섯개 공과 보너스공이 4~5초 간격으로 총 일곱개 공이 선정됐다. '로또 6/45'는 참여자가 1부터 45까지 숫자를 6개를 선정하면 판매점에서 이를 전산화한 종이에 기록해 숫자가 생성된다. 긁으면 결과가 바로 나오는 즉석복권과 달리 매주 토요일 저녁 8시35분 진행되는 생방송에서 추첨을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경. 아무런 의미가 없던 숫자가 적힌 종이가 최대 400억원의 가치를 지니는 인생을 바꿔주는 티켓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5%가 복권이 있어 좋은 이유로 '기대·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를 꼽기도 했다. 복권판매액에서 당첨금을 지급하고 남은 절반은 기금으로 형성돼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등을 지원하는데 활용된다.

이 같은 로또가 조작설에 휘말렸다. 지난 2월 한 복권판매점에서 2등이 103건 나오면서 조작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추첨기를 조작했다', '녹화방송이다', '복권발매단말기와 시스템 등을 조작해 당첨복권을 만드는 것이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뉴시스가 현장에 직접 방문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복권시스템실 모습 2023.04.08

게임 구매 정보 다섯개 서버 동시 저장…"조작 어려워"

로또 추첨현장에 앞서 기자가 방문한 곳은 복권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복권보안시스템실이다. 전국 7800여개의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매하면 해당 번호가 전용회선(폐쇄망)을 통해 전산화돼 저장된다. 서버가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스템실이다.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은 목동에, 유사시를 대비한 백업시스템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다.

1층 보안데스크에서 신분증과 본인확인을 한 뒤 QR코드를 발급 받으면, 4~5번의 보안문을 거쳐 다소 냉랭한 6층 시스템실에 도착할 수 있다. 초록색 철조망 사시로 수십대의 서버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가운데 감사데이터에는 입장이 통제돼 있었다. 감사시스템과 같은 장소지만 동행복권은 입장권한이 없고 감사 관련 위탁업체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 수준 이상의 보안솔루션을 24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데이터베이스(DB) 접근제어, 서버 접근제어, DB암호화 등 솔루션들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보관된 데이터는 수시로, 또 당첨번호 확정 전후로 서로 비교 대상이 된다. 로또 추첨 번호가 나온 이후에 1등 데이터를 생성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토요일 오후 8시가 되면 해당 주차 판매가 마감되면 파일 DB의 무결성 검증을 위한 해시(Hash) 값을 생성한다. 복권위 관계자는 해시값을 형성하는 과정을 '일종의 화석화'라고 소개했다. 해시값을 형성한 뒤 누군가 1비트(bit)라도 수정하려고 하면 전체 파일 자체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로또복권 데이터는 8시13분까지 해당 주의 판매액을 검증하는데 이용된다. 1062회차 순판매금액은 1071억원이었다.

동행복권이 메인 DB와 백업 DB 금액이 일치하는지, 메인 DB와 감사시스템 금액이 일치하는지, 메인 DB와 File DB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한 결과 해당 주차에도 오류는 없었다.

논란이 되는 해당 데이터는 감사용 데이터와 함께 현재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아닌 외부 감리 업체가 이를 일·주 단위로 데이터가 일치하는 확인하는데도 이용된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MBC에서 로또 사전 검증 모습.2023.04.08

생방송 추첨 전까지 참관인들과 추첨기·추첨볼 점검

그렇다면 로또 추첨에 사용되는 기계와 추첨볼 조작은 가능할까.

로또 추첨에 사용되는 기계는 프랑스에서 수입된 비너스라는 기계로, 전세계 40여개 복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너스와 다섯개의 볼세트는 잠금장치로 봉인돼 있다. 동행복권과 MBC 추첨방송 담당자, 보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함께 기계를 꺼내는 과정을 거친다. 매 회차마다 참관인들 20명이 참석한다.

이날은 20~30대 청년들, 중년 부부 등 다양한 참관인들이 두 시간 가량 일찍 생방송 현장에 대기해 추첨볼을 점검과 볼세트 선정을 맡았다. 추첨볼 무게는 둘레 4g에서 5%내외 오차를 보여야 하고, 둘레도 44.5mm 2.5% 오차범위 내에 있어야 사용 가능하다. 추첨볼들의 무게를 재는 과정과 비너스를 점검하는 과정 모두 참관인들의 참여 속에 이뤄진다.

언니와 참관인 신청을 한 84년생 여성은 "가끔 친구들끼리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기도 하는데, 로또 번호를 연구하면 맞출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호기심에 와봤다. 현장에 와서 보니 조작설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당첨볼의 추첨이 이뤄진 후 확정된 당첨번호는 8시45분 포털에 입력됐다. 8시50분에는 당첨금액과 당첨자수가 확인된다. 6개 당첨번호가 모두 일치해 1등 상금을 받는 경우는 7건, 1게임당 당첨금액은 38억193만원이었다.

김진엽 기자 =제1057회 로또 2등 당첨자가 103명 나온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복권 판매점 전경. 2023.03.07  

로또 명당은 어떻게 탄생하나

그렇다면 '로또 명당'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한번에 2등이 103건 당첨된 판매점의 경우 100장을 한 명이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랜 기간 같은 번호를 반복적으로 샀다고 전해졌다. 일정한 번호의 복권을 반복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복권위원회, 그리고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매 회차마다 123456을 찍는 사람은 1만2000건, 직전회차 번호를 그대로 찍는 경우도 1만4000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로또는 매주 토요일마다 당첨자를 발표하므로 1년에 52회 추첨을 하게 된다. 전국 7800여개의 판매점으로 따지면 각 판매점이 1등을 배출할 확률은 150분의 1이다. 하지만 판매점별로 판매량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로또 판매량이 많은 판매점은 1등 당첨자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권은 사행성 사업인 탓에 각 판매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광고는 당첨자 배출 횟수다. 1등 당첨자가 7번 나오면 판매점에는 '로또 1등 7번 배출한 곳'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린다.

이 밖에 로또 번호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당첨을 하게 해준다던가, 1등을 알려준다는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포토샵으로 당첨번호 부분만 수정한 경우"라며 "데이터 확인 후 조치해서 온라인 광고 등을 막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 측을 문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을 제외한 현장 실무자들은 회사 명칭이 바뀌어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현장방문에서 설명을 진행한 직권들도 1~3기 수탁사업자 시절부터 참여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복권위 관계자는 "20년 넘게 복권업계에 몸담아온 사람도 있다"며 "업체는 바뀌어도 계속 같은 분들이 일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복권 공단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단화를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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