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버스에 밀린 신토불이 [기자수첩]
중국산 전기버스에 밀린 신토불이 [기자수첩]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04.13 15:2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난슬 기자 

최근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한쪽에선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현실론적으로 중국산 전기버스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운행 중인 시외버스들 법정 수명이 다해 대·폐차를 해야 하는데 국산 전기버스 중엔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는 것. 정말 부득이하게 중국산 전기버스라도 도입해야만 기존 버스노선을 유지할 수 있고, 운전기사 등 관련 업무 종사자들 일자리도 보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국산 대형 전기버스는 대당 4억원이 넘지만, 중국 업체들은 최대 1억원가량 낮은 3억원 초중반 대에 구입할 수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매가는 3000만~4000만원 대로 뚝 떨어진다. 충전 인프라 역시 턱없이 부족한 점도 반대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은 중국산 전기버스는 대안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 중장기 발전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수십 가지 까다로운 인증시험을 통과해야만 운행이 가능한 국산 버스와는 달리 중국 내 인증만 통과하면 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내구성 및 안전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영 A/S센터 부재에 따른 정비 문제도 공존한다. 뿐만 아니라 수소시범도시 선정으로 수소경제를 지향 중인 전북 경제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관련 예산 심의권을 가진 전주시의회 이성국 의원은 지난해부터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간 수십억원대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이 지원되는 친환경차 사업을 지역 내에 이렇다 할 생산시설 하나 없고 성능과 품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중국업체에 몰아주는 건 혈세 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전북 도내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버스를 개발·생산 중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라는 뿌리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경제의 근간인 뿌리기업을 육성·발전 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수소시범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도 중국산 전기버스보다는 대체 가능한 수소버스 보급에 앞장서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북지역은 과거 어렵사리 유치했던 한국GM 군산공장 등 대기업 사업장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문을 닫는 큰 아픔을 맛봤다. 국내외 경제 상황 등 외부 악재가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전북도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많이 부족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몇 안 남은 뿌리기업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도 벌써 5년째 막대한 적자를 겪으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 5000여 명을 비롯해 협력 업체와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의 고용과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제는 도민의 안전과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신토불이'를 선택해야 한다.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택건설신문
  • (100-866) 서울 중구 퇴계로187(필동1가 국제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57-2114
  • 팩스 : 02-2269-5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향화
  • 제호 : 주택건설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4935
  • 등록일 : 2018-01-17
  • 발행일 : 1996-06-20
  • 회장 : 류종기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종수
  • 편집디자인 : 이주현
  • 주택건설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주택건설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c@newsh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