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시, 노력한다고 했는데 기대 못 미쳐"
"감사 추진 보도 직후 주말 동안 사퇴 고심"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은 다섯 달 앞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출제기관 수장 공백 상태에서 치러지는 혼란을 막고자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사임을 결정한 시점과 배경에 대해 "(6월 모의평가 관련) 감사를 하겠다는 보도가 처음 나온 이후 주말에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평가원이 감사를 받는 것 자체가 초유의 사태"라며 "이런 사태까지 온 것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지시와 관련해 교육부와 긴밀히 협조해 진행하고 있었다"며 "노력을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거기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사를 앞두고 사퇴하는 것과 관련, 이 원장은 "수능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감사가 1~2개월 진행되고, 그 때 문제가 있어서 제가 사임하면 후임 원장을 찾는데 다시 2~3개월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이 5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평가원장 없이 수능을 치러야 하는 그런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제가 지금 사임을 해야 후임자가 와서 수능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었다"고 밝혔다.앞서 16일 교육부는 수능 6월 모의평가에 대한 가채점 등 분석 결과 일부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판단,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수능은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근거해 출제되기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를 많이 꼬아서 내는 것도 교육과정 밖으로 본다, 이런 보도도 있었다"며 "이런 부분은 지금 속단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고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아니지 않나. 피감기관 입장에서 감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이런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저희도 출제 기관으로서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평가원이) 빠르게 안정돼 올해 수능 출제 방향에서 조정될 부분이 있다면 조정이 이뤄져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평가원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6월 모의평가와 관련 제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며 "여러 추진하는 현안이 있는데 다 해결하지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 부원장을 중심으로 모두 협력해서 난국을 잘 헤쳐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