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무시했던 '골짜기'…알고보니, '황금'이더라 [기자수첩]
모두가 무시했던 '골짜기'…알고보니, '황금'이더라 [기자수첩]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06.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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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남 기자

 모두가 실패를 예견했던 김은중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김은중 감독이 이끈 한국 U-20 대표팀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에서 막 내린 2023 FIFA U-20 월드컵에서 4위에 올랐다.

비록 이스라엘과 3·4위 결정전에서 1-2로 져 대회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준우승한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애초 김은중호를 향한 기대치가 매우 낮았던 걸 고려하면 '차고 넘치는 성과'다.

김은중호는 출범부터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4년 전 이강인(마요르카)이란 걸출한 스타가 있던 때와 비교해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유럽파 김용학(포르티모넨세)과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에서 꾸준히 뛰어온 배준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무명'이었다.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불린 김은중호가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였을 때 분위기도 비슷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으로 축구계 화제가 A대표팀으로 쏠리면서 스타 없는 김은중호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파주에 모인 취재진조차 누구를 인터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에서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갑작스럽게 개최지가 변경되는 등 김은중호를 향한 악재까지 겹쳐 월드컵 무대에서 1승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대회 초반 김은중호의 현지 취재에 소극적이었던 언론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다.

대회 현장 취재에 나서는 미디어가 없자 대한축구협회가 U-20 대표팀 선수들의 인터뷰를 녹음해 바쁘게 실어날라야 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2-1 승리 이후부터다. '우승후보'라던 프랑스를 꺾자 김은중호를 향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회 전까지 보이지 않던 스타들이 하나둘 탄생하면서 무관심은 관심으로 바뀌었다.

김은중호가 16강, 8강을 넘어 4강까지 진격하자 성인월드컵에서나 볼 법한 광화문 길거리응원까지 등장했다.

'골짜기 세대'라 무시했던 김은중호가 '황금 세대'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김은중호를 백안시했던 미디어뿐 아니라 축구계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 김은중호 21명 중 19명이 프로 선수였는데, 이들의 이번 시즌 출전 경기 수 총합은 불과 35경기에 불과했다.

프로 데뷔조차 하지 못한 선수가 10명이나 된다. 득점은 꿈도 못 꾼다.

이번 대회에서 '브론즈볼'을 수상한 이승원(강원)도 K리그에서 한 경기도 못 뛰었다.

김은중호 선수들이 못해서가 아니다.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 시스템의 부재 탓이 크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프로에서 뛰기 어려운 건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처럼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유럽은 임대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준다.

U-20 월드컵 4강이 아니었다면 김은중호 21명은 프로에서 제대로 된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선수로서 값진 시간들을 허비할 수도 있었다.

물론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4년 전 폴란드 대회 준우승으로 기대를 받았던 선수 중 지금 A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건 이강인 한 명 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김은중호가 발견한 황금이 앞으로 계속 빛나려면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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