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대법관 후보자가 12일 인사청문회에 나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법원의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 해결,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개선 의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서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재판 당사자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소모하면 재판에 이기더라도 남는 것이 없다"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항상 명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학자 겸 교수인 부친과 교사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 영향으로 4남매는 모두 교직 또는 공직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서부지법 판사로 임관했고, IMF 위기 당시에는 법정관리를 담당해 도산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며 "2003년 '카드 대란' 당시에는 개인회생제도의 초안 작업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회생법원에 근무할 때는 코로나 사태로 힘들었던 자영업자와 좌절한 청년들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노력했고,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자동차 회사의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서 후보자는 광주고법 근무 당시 세월호 사건의 재판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이 열릴 때마다 멀리서 광주까지 오신 유가족들에게 돌아가면서 자신의 심경을 진술할 기회를 드렸다"며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절차 진행을 통해 법원의 재판이 치유적 기능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동료 법관들에게 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재판 철학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은 사회 각 분야 구성원들에게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 사건 배후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치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와 요구를 가장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또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서 후보자는 "대법원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을 대법원 구성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많이 부족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직무를 맡게 된다면 "사회적 약자의 구제와 배려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신속한 구제와 사회 통합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서 후보자는 본격 청문회가 시작된 후 가장 좋아하는 법언이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명수 사법부의 재판 지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여론이 많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이 3년2개월이나 걸렸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금 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김미리 판사라는 분이 3년 반이 지나도록 1심 선고도 안 했다. 정의롭느냐"는 질문에 "그런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최 의원이 "정의롭냐"고 재차 묻자 "지체된 정의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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