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카이스트 나왔는데"…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린 교사
"나 카이스트 나왔는데"…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린 교사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08.07 15:2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공립유치원의 한 교사를 악성민원으로 괴롭힌 학부모 논란
[그래픽]

자신이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언급하며 유치원 교사를 괴롭힌 학부모의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경기일보 경기TV'에 공립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A씨의 통화 내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교사는 A씨의 지속된 괴롭힘과 신고 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어느 날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를) 다른 반으로 가라고 하셨어요?"라며 "아이가 집에 와서 자지러지게 우는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교사가 반복해서 "아니에요 어머니 안 그랬어요"라고 말했지만, A씨는 "근데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울어요? CCTV 확인해 봐야 알겠네"라고 답했다.

 CCTV를 보겠다 한 A씨는 "내 아이가 우선이지. 내가 선생님 인권 보호하거나 교사권 보호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누구 말이 사실인지 녹음기를 붙여야 돼"라고 덧붙였다.잠시 뒤 A씨는 교사에게 "어디까지 발뺌하실 거냐, 뭐 하시는 거냐 배운 사람한테?"라며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지금?"이라 소리쳤다. 이어서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 나와서 NBA까지 했다"며 "계속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 위험해요 되게" "양심 챙기라고 몇 번 말씀드렸죠, 사람 웃기세요 지금?"라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경기일보 경기TV' 캡처본)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날 A씨는 본인 아이가 발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고 교사에게 요청했다. 교사는 'e알리미'를 통해 A씨에게만 사진을 보냈지만, A씨는 사진이 전체 공개로 전송된 줄 알고 교사에게 전화했다.

A씨는 "익스큐즈로 한번 개인 사진 보내달라 한 거"라며 "서울에 가면 너무 당연한 행동이고, 이런 거는 별거 아니니까 개인 핸드폰으로 전송해도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서 교사에게 "선생님 지금 임신 몇 개월이죠?"라 물으며 "우리 아이도 그 어떤 아이보다 소중하고 좋은 존재기 때문에 선생님이 임신하셨더라도 융통성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가 반복해서 "사진은 어머니한테만 보낸 거다"라고 말해도 A씨는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라며 "교육부에서 내려가는 지침 같은 게 되게 위험한 거예요 보니까. 이게 어디까지 전쟁을 선포하는지는 몰라도 우리 배운 사람 입장에서는 되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자로 사진을 전송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 전화번호로 대화하지 않기로 원감과 협의했기 때문이라고 교사가 말했지만, A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유튜브 채널' 경기일보 경기TV' 캡처본) *재판매 및 DB 금지

체험학습에 관해 상담 전화를 하던 날 교사가 A씨에게 "문제가 있으면 유치원에 정식으로 말씀하시라"고 말하자, A씨는 "선생님 굉장히 뻔뻔하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교사가 "음 어머니 그러면"이라 말을 떼자, A씨는 "'음'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교사는 "교원 단체에 도움을 요청해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실질적인 규정이 없어서 해결하지 못했다"며 "교사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전화번호를 비공개하라는 공문이 와도 혼자만 공개하지 않으면 타깃이 된다. 학부모들이 '뭐 대단하다고 공개 안 하냐'고 말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관리자의 책임을 지적한 교사는 "관리자가 '선생님이 아이들 관리할 때 문자도 보내주려면 개인 번호를 공개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는 바람에 번호 공개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사는 서이초 사건을 언급하며 "유치원에서 (악성 민원을) 다 받아주니까 그런 행동을 초등학교 중학교 가서도 똑같이 한다"며 "서이초 선생님처럼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는 "당시 둘째 임신 중이었는데 가족이 없었으면 유서에 그 학부모 이름을 쓰고 나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난처해질 유치원 입장과 이름이 명시돼 낙인찍힐 아이를 생각해서 고소를 못했지만 지금은 후회스럽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을 들은 누리꾼들은 "유치원 교사인데 평소에 자주 듣던 말투와 내용이다.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게 현실인가?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민원이 빈번하다니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이주영 인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택건설신문
  • (100-866) 서울 중구 퇴계로187(필동1가 국제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57-2114
  • 팩스 : 02-2269-5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향화
  • 제호 : 주택건설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4935
  • 등록일 : 2018-01-17
  • 발행일 : 1996-06-20
  • 회장 : 류종기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종수
  • 편집디자인 : 이주현
  • 주택건설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주택건설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c@newsh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