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사람도 살아 있는 존재…저항할 수밖에" [이-팔 전쟁]
"팔레스타인 사람도 살아 있는 존재…저항할 수밖에" [이-팔 전쟁]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10.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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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시인 겸 소설가 겸 정신과 의사 NYT 기고문
"언론과 정치가 오래도록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간 아닌 존재로 묘사"
"숨진 어머니 발견한 소녀가 울부짖는 모습 보면 사람들이 달라질까"

2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거리에서 발견된 부상 여성들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023.10.26.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어느 편을 들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국가 주민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편견이 크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정신과 의사 겸 대학교수로 일하는 할라 알랸 박사의 글을 실었다. 다음은 “팔레스타인 이중 기준(The Palestine Double Standard)”이라는 글 요약.

팔레스타인 사람은 환영을 받거나 비난을 당한다. 2주 전부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공감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했다. 존중을 받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래야 했다.
 

2주 전부터 일자리 유지하려면 공감 능력 최대한 발휘해야 해

팔레스타인 활동가와 변호사들이 저녁 TV 방송에 나와 공정한 입장을 지켜 달라고 강조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의 근본을 지켜 달라고 애원한다. 공습을 피해 달아나야 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초지종은 무시되기 일쑤다. 공습을 당하면서도 그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들은 죽어서도 무덤을 파헤쳐 만든 집단 매장지에 묻히지만 그마저도 공간이 부족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과 달리 취급된다. 가혹한 통치와 미사일, 점령과 정책 때문에 죽은 일이 무시된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었음을 입증하기 전에는 동정을 살 수가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폭력적이고 따라서 폭력을 당해 마땅하다는 편견이 항상 뒤따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된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스스로 사면하는 데 할 말을 잃게 된다. 팔레스타인을 “인간 동물” “야수”라고 부르는 당국자들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정장 차림의 남성이 거침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나쁜 사람들은 없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실수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람 살육은 살육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언론과 정치가 오래도록 은밀하게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묘사해왔다.

2017년 팔레스타인 가족에 대한 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유명 출판사에서 펴내고 호평을 받아 강연회를 다니면서 질의 응답을 했다. 사람들은 소설이 정말 감동적이라고, 진정한 사람 이야기라고 거듭 거듭 말했다.내 소설에 대해 감동적이고 진정한 인간 스토리라고 말하는 속에서 나는 감춰진 의도를 느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었다는 말이냐?

몇 주 전 한 모임에서 누군가 70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 때문에 고통을 당했다며 욕을 했다. 내 입술이 떨리면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모임에서 빠져나와 10분을 훌쩍인 뒤에야 진정됐다. 내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는 일을 수도 없이 겪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성취를 이룬 사람으로 대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대학교수인 데다가 언론에 글도 쓰기 때문이다. 그런 나조차 사람들의 무심함에, 팔레스타인을 마구 욕하는데 화가 났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말할 수 없다는 데 화가 났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수도 없이 숨지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우리들은 밤새 휴대폰을 붙잡고 숨진 어린이들을 어린이로 대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려고 애쓴다. 우리는 묻는다. 이 사진이라면 효과가 있을까? 숨진 사람들 속에서 어머니를 발견한 소녀가 “엄마가 맞아, 엄마가 맞아, 머리카락을 보면 알아”라며 울부짖는 모습의 동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달라질까라고.

팔레스타인 사람이 잔혹하게 죽은 걸 보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들

나는 어린이를,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을 비난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람을 잔혹하게 죽였다고 말하는 건 세상 쉬운 일이다. 살인과 폭력, 투옥, 모든 압제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산산이 찢긴 시신을 보고 나서야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팔레스타인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당한 일에만 그렇다면 스스로 왜 그렇게 느끼는 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

자유를 달라는 목소리에 잘못은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동등한 권리, 동등한 자원 접근 기회, 동등한 선거의 기회 등등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런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스스로 왜 그런지 따져봐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나라를 잃었다. 폭력적이고 고의적이며 불법적으로 추방된 사람들이다. 어제까지의 집을 한 순간에 잃었다. 한 순간에 이웃과 헤어졌다. 어제까지 내 땅이던 것이 한순간에 남의 땅이 됐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이 여전히 같은 심리에 바탕하고 있다.

나는 시인이며, 작가이자 정신병 의사다. 언어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대시 부호 하나를 쓰는데도 애면글면한다. 적절한 동사를 찾기 위해 반나절을 끙끙대고 내가 하는 말,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항상 주시한다. 이 나라(미국)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은 안전하게 피신할 곳이 어딘 지를 항상 찾아서 대피 연습을 하고, 주변 사람들 가운데 누가 나를 비난하지 않을지, 비난할 지를 재보면서 살아야 한다.

난민이든 아니든 팔레스타인 사람은 난폭한 문제아다. 우리는 살아 있는 존재다. 살아 있기 때문에 잘못된 것에 맞설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말이다. 바로 수십 년 전에 한 나라가 우리를 부정하면서 탄생했다. 우리의 존재가 강력하게 군사화한 된 계기다.

팔레스타인을 예외적으로 취급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 지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 존재한 적이 없으며 결코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이라는 모순적 존재로 묘사될 것이다.

성가신 방해물로 사는 신세를 생각해 보라. 우리가 왜 그렇게 강한 존재가 됐는지 생각해 보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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