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싱가포르를 꺾기 위해서는 이른 득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향한 시작점이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첫 실전 경기다.

'주장' 손흥민은 하루 전인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축구에 쉬운 경기는 없고, 이변이 있다. 그 이변 때문에 우리가 축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한국에서 그런 이변이 일어나면 안 된다. 선수들과 잘 준비하고 있다"며 싱가포르전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전력상 약체인 싱가포르는 한국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클린스만호는 지난 10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 베트남과 친선 경기를 치렀다. 베트남은 수비적인 운영을 펼쳤지만, 한국이 이른 시간 득점해 6-0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그렇게 (수비적인 운영을 위해) 라인을 내리면 쉽지 않다. 얼마만큼 찬스를 일찍 만들고 성공시키느냐가 경기를 편하게 할지, 불편하게 할지의 차이를 만든다"며 "베트남전이 도움은 됐지만 (싱가포르전은)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방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리 득점한다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팀이든 그렇게 다 같이 수비를 하면 뚫기가 쉽지 않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이 (뚫기 위해) 분석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싱가포르전이 열리는 16일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이다. 이에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동석한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수험생분들이 겁먹지 말고, 평상의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 잘 치르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일문일답.

-경기 전 소감은.

"상암에서 경기를 하는데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축구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축구에는 이변이 있다. 그 이변 때문에 우리가 축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이변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변이 안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도 잘 준비하고 있다.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결과를 계속 못 내고 있었는데, 지난 소집 때 좋은 경기, 결과를 내서 선수단이 자신감도 얻고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 책임감을 갖고 경기장에 나갈 것 같다. (경기 당일이 수능일인데) 감독님 말씀하신 대로 수험생분들 겁먹지 말고, 평상시대로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 잘 치르셨으면 좋겠다."

-클린스만호의 자유로운 분위기, 팀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그 '자유'라는 단어의 선택이 자유로운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우리가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밀함이 없으면 지난 10월에 그런 많은 골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말할 때 그 '자유로움'이라는 건, 세심한 플레이, 약속된 플레이를 빼놓고 이야기한 것 같다.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자유로움인 것 같다. 그만큼 선수들의 재능과 컨디션이 좋기에,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우리 팀에 큰 무기다. 포지션도 그렇고, 움직임도 그렇고(자유롭다). 내가 느꼈을 때 감독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 같다. 훈련에서도 느낀다. 원하는 위치나 이런 자유로움을 선수들을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 그걸 우리가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섬세한 플레이를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훈련하고 있다. 감독님도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것에 대해 믿고 계신다. (서로를 신뢰하는 이런 믿음이) 우리 팀의 큰 무기인 것 같다."

-네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감회는.

"(본선 경기가 열리는) 그때까지 내가 뛸지(안 뛸지)도 모른다. 난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살고 있다. 지금 소집 기간에 이번 두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한다. 이제는 대표팀에서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내가 했던 경험들, 직접 부딪쳐 봤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려고 하고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월드컵 여정은 길다. 좋은 길만 갈 수 없고, 좋은 길을 가다가 떨어질 때도 있고 가시밭길을 갈 때도 있다. 좋은 경험이 많은 선수들끼리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팀이라고 생각하면서 잘 준비하고 싶다."

-싱가포르에 대해 뭘 알고 어떤 부분을 높이 사는지.

"소속팀(토트넘)에서 프리시즌 때 싱가포르 팀(라이언 시티)을 만났다. 내가 그때 전반전만 치렀는데 1-1 상황이었다. 시즌 첫 경기이고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 등이 있었지만 토트넘을 상대로도 그런 경기력을 보였기에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위협적인 선수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었다. 조금 더 감독님이 얘기한 것에 신경 쓰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진중하게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시는 기본을 실행하는 경기가 돼야할 것 같다."

-컨디션 좋은 공격진과 시너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좋다가도 한국에 오면 경기 날짜, 시차 등으로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솔직히 얼마 없다. 개인적으로 발을 맞출 시간이 없긴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따로 해야 할 건 없다. (황)희찬이, (이)강인이나 다른 모든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고 좋은 컨디션이다. 그들의 좋은 장점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가장 앞서서 책임지겠지만, 이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와 잘할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부분에서도 내가 잘해야 하고,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앞으로 이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하기에 도우려고 한다. 공격수뿐 아니라 수비, 미드필더들에게도 내가 도움을 주려는 플레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몸 상태는?

"경기를 하다 보면 밟히기도 하고 치이기도 한다. 몸 상태는 지금 좋다고 생각한다. 시차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말고는 괜찮다."
 

-좋은 리더십으로 주목받는데, 대표팀 주장과 소속팀 주장의 차이가 있다면

"내가 좋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선수들과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도 운이 좋게 주장을 오래하고 있고, 그만큼 좋은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어서 운이 좋은 것 같다. 대표팀 주장의 무게는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대표팀에 오면서 많은 주장 선수들을 경험해 봤고, 그 형들 그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특히 (박)지성이형, (기)성용이형, (구)자철이형, (이)청용이형도 짧게 했었는데 형들이 해준 이야기로는 '무겁다'고 했다. 대표팀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고, 내가 잘하면 대표팀이 잘하는 것이고 내가 부진하면 대표팀이 부진하게 된다고 했다. 대표팀 주장은 내 경기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어릴 때는 내 경기력만 신경 쓰면 되고, '나만 잘하면 형들이 잘해주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선수들, 경기에 못 뛴 선수 등을 다 챙길까'를 생각한다. 주장의 무게는 대표팀, 소속팀 다 똑같다. 크게 다가오고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많은 부담과 책임을 요구한다. 분명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을 하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속팀, 대표팀에서도 그 주변에 좋은 성품,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어서 주장이 해야 할 일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덕분에 내 리더십이 인기가 되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고맙다."

-상대팀에 송의영이라는 귀화선수가 있는데.

"들어보지는 못했다. 희찬이랑 (소속팀에서) 코리안 더비를 했을 때 많은 관심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경기할 때는 그냥 상대팀 선수다. 그저 위협적인 상대 선수다. 그 선수가 싱가포르 선수로 뛰다 보니 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수비적으로 많이 라인을 내릴 것 같은데, 그런 축구를 하는 베트남을 크게 이긴 게 도움이 될까.
 

"그렇게 라인을 내리면 쉽지는 않다. 얼마만큼 찬스를 일찍 만들고 성공시키느냐가 경기를 편하게, 불편하게 하는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그 경기가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 그렇지만 매 경기 다른 환경, 다른 시스템, 팀을 상대하다 보니 축구에 정답은 없다. 내일도 마찬가지로 그 팀이 어떻게 경기에 나올지 시작해 봐야 알 것이다. 지난 경기가 도움이 됐지만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방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경기 초반에 우리가 찬스를 빨리 만들어서 경기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 팀 능력을 믿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팀이든 수비를 다 같이 한다면 그걸 뚫기 쉽지는 않다.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분석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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