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3有…1000만 노리는 '서울의 봄' 흥행 키워드는?
3無 3有…1000만 노리는 '서울의 봄' 흥행 키워드는?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3.12.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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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20일만에 700만 관객 넘어서
현재 추세라면 1000만 관객 충분히 가능
비수기에 나오고도 높은 완성도로 흥행해
"한국영화 부진 코로나 아닌 완성도 문제"
입소문에 밈 더해지며 흥행 폭발력 생겨
"성수기 비수기 안 중요해 퀄리티가 중요"
관람객 중 57%가 2030세대 입소문 주도

영화 '서울의 봄'이 11일 공개 20일만에 7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로써 1000만 관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는 20일 '노량:죽음의 바다'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다. 현재 흥행세를 이어가며 열흘 간 독주한다면 한국 작품으로는 '범죄도시2'(1269만명) '범죄도시3'(1068만명)에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나온 세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다.

◇20일만에 700만명↑ 1000만 가시권

'서울의 봄' 흥행은 '관객은 잘 만든 영화를 반드시 알아봐 준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 최악의 침체기를 지나던 한국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 티켓 가격 인상 등 한국영화 기대작이 부진할 때마다 나왔던 얘기들은 결국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정도로 매력 있는 영화를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만드는 사람이 잘 만들어야 한다는 류승완 감독 얘기가 백 번 맞는 말이라는 게 '서울의 봄' 흥행으로 또 한 번 증명됐다"고 했다.

◇3無 통했다

'서울의 봄' 흥행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 작품엔 한국영화계에서 흔히 성공을 위한 요소로 여겨지는 세 가지가 빠졌다. 성수기, 흥행 감독, 유머다.

최대한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설 연휴, 7말8초 여름방학 시즌, 추석 연휴 등 대목에 공개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 동원이 쉽지 않아지면서 성수기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올해 여름방학 시즌엔 한국영화만 6편, 추석 연휴 직전엔 같은 날 3편이 개봉하는 유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여름엔 '밀수'만 생존했고, 추석엔 다같이 망했다. 그런데 '서울의 봄'은 추석 이후 연말로 넘어가기 전까지 비수기로 여겨지는 11월 말에 나왔는데도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는 전통적인 성수기·비수기 구분이 코로나 사태 이후 희미해지고 있다고 본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범죄도시' 시리즈 역시 비수기인 5월에 큰 성공을 거뒀고,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라며 "영화계가 성수기 위주 배급 전략을 처음부터 재검토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만 좋다면 관객은 시기를 따지지 않고 극장에 오고, 반대로 영화가 별로면 성수기에도 극장에 오지 않는다는 게 이번에 완전히 확인된 셈"이라고 했다.

◇흥행 감독도, 유머도 없다

'서울의 봄'은 감독 이름값 없이도 성공했다. 물론 김성수 감독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아수라'(2016) 등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연출가다. 다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김 감독은 20여년 간 다져온 역량을 이 작품에 집약해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은 감독이 전에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잘 만든 영화'를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천만영화를 만든 스타 감독들이 지난해와 올해 혹평 속에 줄줄이 흥행 참사를 맛본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특기할 만한 성과를 내 영화들엔 코미디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밀수'(514만명) '30일'(216만명)과 '달짝지근해:7510'(138만명) 대표적이고, 지난해 '공조2:인터내셔날'(698만명) '육사오'(198만명) 등도 그랬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작품은 아예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영화들 역시 코미디 요소가 강하다. 웃음은 연인·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어서 주요 흥행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역대 1000만 영화 중에도 유머가 없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도 관객 설득에 성공했다. 12·12 군사 쿠데타를 극화한 이 작품은 최근 나온 한국영화 중 가장 어두운 축에 속한다. 개봉 전엔 한국 현대사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너무 무겁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관객은 최근 관람 트렌드인 '돈 내고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으면 본다'를 또 다시 실천했다. 가장 중요한 건 돈과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얘기다.

영화 홍보 업체 관계자는 "대중에 크게 알려진 감독의 영화도 아니고 트렌디한 작품이 아닌데도 관객이 이만큼 봤다는 건 그간 한국영화 침체는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3有 통했다

대신 '서울의 봄'엔 흥행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 연출력, 연기력, 입소문이다.

이 작품 최대 약점은 거의 모든 관객이 결말을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영화화 했다는 점이었다. 결말을 알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실제 역사를 충실히 구현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극적 재미를 위해 일부 허구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더하고, 정확하고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알고 봐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김 감독의 연출력을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뒷받침했다. 황정민·정우성 두 주연 배우는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열연하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극적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결정적인 역할 했다. 빼어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 수십명이 조연을 자처하며 출연한 것도 몰입감을 높인 것도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에 스타 배우가 대거 나왔는데도 망한 영화가 얼마나 많나. '서울의 봄'은 단순히 황정민과 정우성이 나와서 관객이 반응한 게 아니라 황정민과 정우성이 연기를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관객이 좋아해준 것"이라며 "요즘 관객은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너무 많다

'서울의 봄'은 개봉 첫 주말에 149만명이 봤다. 2주차 주말엔 170만명이 봤다. 3주차 주말엔 150만명이 봤다. 첫 번째 주말에 가장 많은 관객이 오고, 이후 주말이 이어질수록 관객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서울의 봄'은 오히려 관객이 늘었다. 입소문을 탔다는 얘기다.

'서울의 봄' 입소문은 2030세대가 주도하면서 폭발력이 생겼다.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것)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심박수 챌린지'가 시작된 게 결정적이었다. '완성도가 높아 볼 만한 작품'이라는 평범한 입소문은 심박수 챌린지를 타고 놀이 문화로 확산하며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 식으로 확대·변형됐다. 말하자면 일반적인 입소문이 더 강력하고 센 입소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CGV에서 '서울의 봄'을 본 관객 중 26%가 20대, 30%는 30대였다. 40~50대는 40%였다. '서울의 봄' 측이 개봉 전 2030 관객의 관심이 적을까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이들이 관람을 주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긍정적인 입소문보다 더 강력한 게 있다면 밈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헤어질 결심'도 대사 관련 밈이 생기며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서울의 봄'도 심박수 챌린지라는 재밌는 놀이가 만들어지며 파워풀한 입소문이 만들어져 흥행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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