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아레나 인스파이어, 공연장 부족 '티켓판매 1조 시대' 대안될까
韓 첫 아레나 인스파이어, 공연장 부족 '티켓판매 1조 시대' 대안될까
  • 주택건설신문
  • 승인 2024.01.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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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기 GM "건축음향·100톤 하중 견디는 상부구조" 차별화
태민 솔로 콘서트.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1.24.

 

지난해 12월17일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K팝 전용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중을 나는 양탄자 같은 상부구조물(Topside) 위에서 단단한 와이어가 그룹 '샤이니' 멤버 겸 솔로가수 태민(31)의 몸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더 리즈니스(The Rizzness)' 무대에서 태민이 발을 딛고 선 가로 6m·세로 6m의 상하 반전 회전 상부 구조물이 점차 앞으로 기울어져 90도, 180도가 되면서 아찔함을 선사했다. 이후 K팝 팬들 사이에선 이런 퍼포먼스가 가능한 공연장이 화제가 됐다.

지난 23일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만난 장현기 인스파이어 아레나 제너럴 매니저(GM)는 "태민이 콘서트에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등장했던 게 이슈가 많이 됐는데 우리 아레나 상부 구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연출"이라고 말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상부(천장)가 동시에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00톤이다. 태민의 해당 장면의 무대 구성은 약 30~40톤으로 추정된다. 약 3년 전 리노베이션을 거친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의 상부도 현재 40톤의 하중은 견딜 수 있다. 그런데 100톤까지 견딜 수 있는 국내 실내 콘서트장은 현재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일하다. 장 매니저는 "태민 같은 콘서트들을 많이 유치해서 여러분들한테 판타지를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매니저는 1999년부터 국내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프로듀싱해왔다. 국내 라이브 공연 발전의 바탕이 된 워커힐 쇼를 경험하고 인터파크씨어터 본부장 등을 지내며 뮤지컬 등도 제작한 무대 전문가다. 그런 그는 지난달 태민 콘서트 외에 '2023 멜론 뮤직 어워드(MMA)', '2023 SBS 가요대전', 동방신기 콘서트 등이 열린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곳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아레나인 '모히건 선 아레나(Mohegan Sun Arena)'를 모델로 삼았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MMA 2023' 현장.
(사진 = 모히건 인스파이어 제공) 2024.01.24.

국내 첫 콘서트 전용 아레나…건축음향 차별점

국내엔 인스파이어 아레나 설립 이전까지 제대로 된 아레나는 없었다. 나라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은 객석 수에 따라 홀(5000석 안팎), 아레나(1만~2만석), 슈퍼아레나(3만석 안팎), 돔(5만석 안팎), 스타디움(7만명 안팎) 등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1만5000명 수용이 가능한 케이스포돔이 아레나급이다.

하지만 예전 명칭 '체조경기장'에서 알 수 있듯, 케이스포돔은 애초 체육시설을 위해서 설계됐다. 그런데 최대 1만5000명이 수용 가능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처음부터 대형 라이브 이벤트를 위해 설계됐다. PA(public-address system) 사운드 브랜드인 메이어 사운드(MEYER Sound)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는 설계 당시부터 '건축음향'이 고려가 됐다는 얘기다. 건물 내에 최적의 음향환경과 청취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기술분야다. 음향을 굴절시키는 반사각을 고려해서 설계됐고 벽면은 흡음제로 설치했다. 냉난방으로 인한 유속을 고려해 음 왜곡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잔향 시간은 3~4초 가량이다.

이 부분은 국내 콘서트장으로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국내에선 그간 블루스퀘어, 샤롯데씨어터, 세종문화회관 같은 3000석 이하 공연장만 건축음향 설계가 돼 있었다. 국내 3000석 이상의 공연장은 본래 체육시설이라 건축음향 설계가 아니다. 장 GM은 "관객들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라이브를 접하면 악기들이 다 구분돼서 들린다고 하신다"면서 "베이스, 하이톤, 일렉기타가 다 구분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곳에서 공연을 한 뮤지션 측의 스태프는 "객석에서 우리 아티스트 공연을 지켜보는데 사운드가 다른 곳보다 입체적이더라"고 말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현장. (사진 = 모히건 인스파이어 제공) 2024.01.24.

다양한 무대 연출이 가능한 천장(天障)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문을 연 뒤 국내 라이브 콘서트 프로듀서들이 대거 이곳을 다녀갔다. 프로듀서들은 앞서 예를 든 태민의 콘서트처럼 천장에 다는 장식물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후문이다. 기둥 없이 H빔이라는 구조물로 10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갈수록 라이브에 다양한 장비가 등장하는 만큼 이를 견디기 위한 콘서트장 바닥도 중요한 요소다. 마룻바닥으로 설계돼 있는 체육관에선 콘서트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바닥은 콘크리트로 마감이 돼 있다. 장 매니저는 "(막대한 무게로 바닥을 누르는) 탱크가 들어와도 문제가 없이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장 매니저는 "굉장히 유명한 모 국내 프로듀서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천장을 보더니 '눈물이 난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내에 K팝의 위상에 걸맞은 공연장에 없었다는 거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디자인을 할 때 규모에 맞게끔 설비를 준비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할 데가 없었다더라"고 말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또 다른 강점은 어느 좌석에서든 무대 위 아티스트 얼굴이 가깝게 보인다는 점이다. 일례로 케이스포돔은 마지막 좌석에서 스테이지 끝선까지 거리가 약 85m인데,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약 75m다. 특히 좌석 단차가 25~45㎝로 설계가 돼 있는데 다른 공연장 단차보다 많게는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또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는 일종의 서랍식인 '리트랙터블 체어'도 갖추고 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MMA 2023' 현장. (사진 = 모히건 인스파이어 제공) 2024.01.24.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디지털 샹들리에가 위치한 입구 앞 로툰다(다목적 원형 홀)도 강조하고 있다. 국내 5000석 이상의 공연장엔 관객들이 대기할 공간이 전무하다. 햇볕이 강하거나 추운 날이면 팬들엔 바깥에서 대기하는 것도 일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지난해 8월 케이스포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팬과 스태프들의 안전을 고려해 바로 옆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을 대기 장소 용도로 추가 대관하기도 했다.

장 매니저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동시간에 5000~6000명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서 "또 복합 리조트 내에 위치해 있어 리테일 지역과 레스토랑 같은 곳도 다 연결이 돼 있다"고 전했다.
 

국내 콘서트 포함 공연시장 규모 커질듯…아래나 잇단 건립 시너지 예상

 

물론 시설이 완비된 공연장이더라도 52주를 매주 1만석 이상 공연으로 꽉 채울 수는 없다. 대신 4000~5000석을 채울 수 있는 K팝 팀들은 상당수 많다. 다른 공연장의 경우 수용인원보다 적은 관객이 입장할 경우 천으로 좌석을 덮어 미관을 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천을 덮는 게 아니라 딥 커튼을 활용해 좌석을 잘라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장 매니저는 설명했다. 주변에서 민원할 곳이 없어 5~10월 야외 공연장에선 축제가 잇따라 열릴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현장. (사진 = 모히건 인스파이어 제공) 2024.01.24.

지난해 콘서트를 비롯 뮤지컬·연극·클래식 등 공연 티켓 거래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달 말 공연·티켓 부문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인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를 추산해도 이 같은 숫자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같은 세계적인 거물급 가수들이 국내에선 공연할 곳이 없어 내한공연을 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공연하기 위해선 5만석 규모의 스타디움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올림픽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주경기장은 리노베이션에 들어가 몇 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 경기가 주로 열리는 곳으로 잔디 훼손 등을 이유로 대관이 까다롭다. 게다가 이 두 군데는 천장이 뚫려 있어 겨울엔 사용이 불가능하다.

스위프트가 내달 5만석 규모의 일본 도쿄돔에서 네 차례 콘서트를 여는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장 매니저에 따르면 일본 라이브 콘텐츠 시장 규모는 현재 6조에서 6조5000억 정도로 추산된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규모의 공연장은 스물여섯 개가 있다. 필리핀, 마카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대형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다.

K팝 업계에선 돔 공연장·스타디움 건설이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부지, 건설비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이루기는 힘든 목표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시작으로 아레나급 공연장이 추가로 건립될 예정이라 그나마 몇 년 뒤엔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공연장 대관이 비교적 수월해져 장기관 대관해서 공연하면 돔 또는 스타디움만큼 인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CJ ENM이 함께 하는 경기 고양 CJ 라이브시티, 카카오가 관여하는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 등의 건립 사업이 그간 지지부진했는데 곧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 두 공연장을 포함해 일곱 개 공연장이 추가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장 매니저는 국내 인구가 밀집된 서울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평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얘기다. 장 매니저는 "'멜론 뮤직 어워드', 'SBS 가요대전' 관객 중 40~50%가 해외 관객"이라면서 "K팝 콘서트는 국내용 콘텐츠가 아닌 국제적인 콘텐츠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해외 관광객들이 유입이 유리하다. 최근 K팝 시상식이 해외에서 많이 열리는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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